12/12/2023
오늘은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 44년입니다. 최근 영화 〈서울의 봄〉 덕분에 우리는 신군부의 죄악상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역사나 영화를 보면 결국 ‘서울의 봄’이 전제되지 않은 판이 깔려 있던 거지요. 이번 호 ‘가평 데스크’에서는 ‘서울의 봄’을 모티프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돌아보며, 진정한 ‘봄날’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얼른 이 영화를 봐야 하는데, 이번 겨울호 마감 때문에 아직도 못 보고 있습니다. 꼭 봐야겠습니다!
“12·12 군사반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입니다. 기대했던 ‘서울의 봄’은 사라지고, 신군부에 의한 ‘겨울 공화국’ 시즌 2가 시작되었던 한숨 자아내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었지요. 특히 군사정권 하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는 젊은 세대가 이 영화를 보고, 우리의 지나간 역사를 돌아본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으로 느껴집니다. 저만 해도 태어나서 쭉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자라다가 20대 초반이 되어서야 문민정부를 경험했지요. 선배들이 군사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쟁취한 민주주의는 정말로 소중한 우리의 유산입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사회를 돌아보면서 정말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졌는지를 가끔 의심하곤 합니다. 우리는 분명 군사정권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했지만, 민주주의는 한판 승부가 아니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후, 실질적 민주주의로 이행해야 했습니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상실된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는 어쩌면 자본이 맘껏 활개를 칠 ‘고속도로’만 깔아주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하는 고비마다 발목을 잡는 거대한 장애물이 있으니, 바로 ‘종북몰이’ ‘빨갱이 딱지 붙이기’입니다. 뭔가 개혁적 조치나 정책을 두고 툭 하면 좌파적이니 하며 종북몰이하기 일쑤입니다. ‘종합부동산세’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고, 노동의 문제는 정말 한심한 수준입니다. 또 지금은 권력을 내주었지만 보수적인 민주정부를 두고도 ‘좌파정부’ 운운하던 세력이 여전히 건재합니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한 개혁이 지지부진했던 결과가 어쩌면 지금의 퇴행을 불러왔는지 모릅니다. 또한 한국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불러왔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불평등과 온갖 부조리한 관행을 좀 더 힘차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제성장과 K컬쳐로 상징되는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도 사상누각이요, 한순간 푹 꺼져버릴 거품일지 모릅니다.”
― 김지환, 「다시 ‘서울의 봄’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 《가톨릭평론》 42호(2023년 겨울호), 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