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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나무, 음악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 PAPER

11월 11일, 오늘이 바로 PAPER 창간 30주년 생일날 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95년 11월 11일에 흰 바탕에 알록달록 무지개가 떠 있는 창간호 가 발행이 되었죠. 30년 동안 설레는 일, 기쁜...
11/11/2025

11월 11일, 오늘이 바로 PAPER 창간 30주년 생일날 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95년 11월 11일에 흰 바탕에 알록달록 무지개가 떠 있는 창간호 가 발행이 되었죠. 30년 동안 설레는 일, 기쁜 일, 감동적인 일, 어깨가 쑥 올라갈 만큼 자랑스러운 일, 고된 일, 힘든 일, 벼랑 끝에 선 일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마치 하룻밤 블록버스터급 꿈을 꾼 것만 같이 비현실적이기 그지없습니다.

아무튼 PAPER를 30년간 존재하게 한 건, PAPER 시조새인 마력적인 김원 백발두령님, PAPER의 감성의 뼈대를 만든 황경신 선배, 그리고 나와 13년간 편집부에서 아웅다웅하며 PAPER를 만든 나의 만년 후배 김양수. 뿐 만아니라 30년간 PAPER라는 매체에 원고(좋은 글과 사진, 그림 등)을 보내준 셀 수 없이 많은 필진들.

무엇보다도 PAPER를 접한 순간, PAPER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한결같이 꾸준히 묵묵히 PAPER를 읽고 애정해 주신 독자님들이 바로 PAPER를 존재하게 한 산 증인이며 존재의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통 이사를 가게 되면 아끼던 책도 버리고 가는 판에, PAPER를 수십, 수백 권 씩 가족들의 눈총을 받으며 짊어지고 두 번, 세 번 이사를 가서 신주단지처럼 모셔 놓고 있는 열혈 PAPER 독자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앞으로의 PAPER의 방향성에 대해 수년간 고민이 많았는데, 완전 새로운 양상의 변화와 도전이 시작되지 않을까 일단 이 정도만 누설하겠습니다. ^^

PAPER 서른 살 생일을 맞아 PAPER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끈덕지게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큰 절 올리는 마음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세월이 정말 쏜살같이 흘러 PAPER가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네요. 올해 11월 11일이 30주년 창간 기념일입니다. 어쩌다 보니(운명적으로! ^^) 1995년 창간 무렵에 말단 기자로 입사해서 매달 책이 나올 때마...
02/10/2025

세월이 정말 쏜살같이 흘러 PAPER가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네요.
올해 11월 11일이 30주년 창간 기념일입니다.
어쩌다 보니(운명적으로! ^^) 1995년 창간 무렵에 말단 기자로 입사해서 매달 책이 나올 때마다 목장갑을 끼고 한 달 고생해서 만든 PAPER를 배포처인 각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배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30년이 지났다는 이 비현실적인 사실이 저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30여 년간 PAPER를 만들며 겪었던 즐거움, 설렘, 그리고 독자들한테 받았던 끈덕진 사랑과 영광, 또한 PAPER를 계속 발행하기 위해 넘어야 했던 수많은 공포스러운 허들들이 씨줄 날줄 얽히듯 제 기억 속에 얽혀 있습니다.
PAPER 창간 30주년 기념 특별호에 담기 위해 오랫만에 PAPER 옥상에서 좌담을 펼쳤습니다. 좌담 주제는 “PAPER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PAPER를 30년간 만들다 보니, 30주년 기념 좌담의 멤버를 선정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간 PAPER에 직, 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이 너무 많아 편집팀과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끝에, PAPER를 오랫동안 사랑해 왔으면서 PAPER에서 기자로 일을 했던가, PAPER에 최근까지도 원고를 투척하고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좌담 멤버가 정해졌습니다.
- 김신지 / PAPER에서 기자로 2년 반 일을 했고, 현재 에세이 작가
- 김홍기 / PAPER 골수팬, 현재 팬덤 기반 컨텐츠 플랫폼 ‘스페이스오디티’ 대표
- 이미라 / PAPER 열혈팬, PAPER에 음식 관련 연재함. 밀양 청학서점 공동대표
- 전진우 / PAPER에 특별한 여행기를 연재 중인 목수 / 전 어라운드 에디터
- 조은애 / 현재 포토 에세이를 PAPER에 연재 중. 세이브더칠드런 전략팀 매니저.
9월 26일 금요일 저녁,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고, 바람의 감촉은 적절했으며, 가을 본연의 아우라가 잘 드러났습니다. 몇 가지 음식은 재래시장에서 공수해 오고, 샐러드와 오징어 숙회 같은 음식은 제가 손수 만들어서 좌담 멤버들을 맞이할 준비가 마무리되자 멤버들이 하나 둘 도착했습니다.
이후로부터 까만 하늘에 달이 뚱 떠오를 때까지 3시간 넘게 좌담이 진행되었습니다.
- PAPER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 PAPER 하면 떠오르는 가장 즐거운 추억? 특별한 에피소드는?
- 가장 좋아했던(또한 특별하고도 센세이션 했던) PAPER는 어떤 호?
- PAPER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 (PAPER를 거쳐 성장을 이룬 인물들 포함)
- 이런 시도는 정말 PAPER만이 할 수 있는 시도였다 하는 것은?
- 요즘의 PAPER를 보며 드는 솔직한 생각은?
- 쓴소리 작렬 타임
- PAPER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까요? 10년 후에도 종이잡지로서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 있어야 한다? 웹진이나 유튜브화? AI를 응용해서 만드는 PAPER?
- 300여 권의 PAPER를 볼 수 있고, PAPER나 다양한 문화를 소재로 북살롱, 소모임, 미니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PAPER 문화 공유 공간이 생기면 어떨까?
- PAPER 발전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한다면?
공통으로 주어진 질문에 좌담 패널들의 대답은 너무나도 다양했고 솔직했으며 탐스러웠습니다. 그 와중에 마치 아이스버킷 챌린지 같았던 쓴소리 작렬마저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중간에 조은애 님이 모처에서 공수해 온 예쁜 무화과 케이크를 테이블에 올려 30 숫자 초에 불이 붙여지자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뭔가 벅차오르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한 마음이랄까....!
30년간 지겹도록 잡지를 발행한 게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매일 자책과 위로를 스스로에게 퍼부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퇴근길 아버지가 사다 준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쥔 아이처럼 기뻐하며, 또한 PAPER를 오래 사랑해 온 사람들을 여럿 떠올리며 코 끝이 찡해졌고, 감사의 마음이 구만리로 깊어졌습니다.
이날 감동적이면서도 신랄한 좌담 내용은 PAPER 창간 30주년 기념 특별호에서 만나 주세요. 예전 20주년 때도 또한 25주년 때도 제가 말한 바 있지만, ‘PAPER의 미래는 누군가가 정하는 게 아니라 PAPER를 끈질기게 봐주시는 독자님들과 PAPER 스스로가 결정해 나가리라’는 불길하면서도(ㅎㅎ) 설레는 예감이 또 들고야 말았습니다. ㅠㅜ ^_______^*

연희동에는 작은 방공호가 있습니다.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술, 맛깔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손님을 반기는 정겨운 얼굴들이 있어요. 언제봐도 또 만나고 싶은 곳, 오랜 경험으로 만들어진 연희동의 소중한 포차...
29/08/2025

연희동에는 작은 방공호가 있습니다.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술, 맛깔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손님을 반기는 정겨운 얼굴들이 있어요. 언제봐도 또 만나고 싶은 곳, 오랜 경험으로 만들어진 연희동의 소중한 포차, 또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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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 아래 따뜻한 방공호

작은 선술집에 다시 노란 불이 켜졌다. 주변은 상점 하나 없는 재개발 예정지이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오픈 후 세 달까지 하루에 한 테이블도 없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경력자인 그들은 상황에 유연했다. 손님이 없는 날엔 기운찬 손길로 김치를 담그고 새로운 안주를 준비하며 가진 것 없이도 배부른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자수성가하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으로부터 멀어진 낯선 곳에서 딸과 지낼 수 있는, 팬데믹이 준 의외의 선물에 즐거워 보였다. 어느새 가장이 되어 있던 나는 디자인 일을 하던 감각을 요긴하게 쓰며 가게를 살피고 홍보를 위해 동료들의 움직임을 SNS에 게시했다. 흰머리를 감추려 캡모자를 눌러쓴 아빠가 서빙을 하는 모습, 김치를 담그는 엄마의 투박하고 아름다운 손. 그리고 우리의 전부인 작은 선술집에 대해 알렸다. 자영업의 세계에서 부모의 경력에 비하면 내 밑천은 한참 모자라기에, 준비한 보금자리가 외진 곳에 있어 그들을 담기에 못내 미안했기에 그랬다.

조용한 날들이었지만 우리는 안도했다. 커다란 부엌에서 세 사람의 끼니를 챙길 수 있고 밝고 깨끗한 화장실과 새로운 손님을 반갑게 맞이할 테이블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걱정스러운 미래를 한데 모아두었기에 가게 안에는 기묘한 편안함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니 이곳을 우연히 들른 손님들의 테이블에도 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넉넉한 손과 편안한 미소가 담기지 않을 리 없었다. 준비한 메뉴 외에도 가족의 밥상에 올라가는 국과 반찬, 과일들이 손님들 상에 올랐다. 오랜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엔 고생의 연대를 함께한 사람들이 남았기에 손님들은 우리 가족이 힘든 시절 꾸린 작은 방공호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한 잔을 기울이며 그간의 고단한 짐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생계형 선술집 는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오픈 첫해에 열두 테이블이 자주 만석이 되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작은 선술집이었으니 기적이었다. 가족이 함께 운영해서인지 선술집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찾아주어 외진 섬처럼 보였던 공간이 어느새 휴게소처럼 북적였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끼니는 든든히, 한 잔 걸치면 더 좋고!’ 이 감사한 주술 안에서 재개발 예정지의 작은 선술집은 찾아온 손님들로 어디에도 없는 다정한 방공호가 되어 있었다.

희망이 밝힌 노란빛 아래, 우리에게는 온전히 쏟고도 꼭 하루만큼 다시 채워지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 신비로운 힘은 어려웠던 어제와 멀리 보내 주지 못한 미래를 서로 미안해하며 묵묵히 살아내는, 관계 너머의 존경이 만들어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희생과 변화를 미래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있었다. 무엇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선술집의 대표가 되었고, 고향을 떠나온 부모님은 새로운 울타리가 생겼다.

PAPER 2025년 272호
글과 사진. 또또 .seoul

막강 제로 웨이스트 숍과 브랜드가 추천하는 친환경 아이템 10🍀환경 실천에 한 발 가까워지고 싶지만 어쩐지 어렵게 느껴진다면, 매일 손이 닿는 일상적인 물건부터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여 PAPER가 엄선한 제...
22/08/2025

막강 제로 웨이스트 숍과 브랜드가 추천하는 친환경 아이템 10🍀

환경 실천에 한 발 가까워지고 싶지만 어쩐지 어렵게 느껴진다면, 매일 손이 닿는 일상적인 물건부터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여 PAPER가 엄선한 제로 웨이스트 숍과 브랜드 다섯 곳에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친환경 아이템을 물었다.

✨보틀팩토리가 추천하는 아이템✨
📌 리턴미 컵
조금 더 나은 테이크아웃 습관을 위한 다회용 컵. 보틀팩토리가 오랜 시간 고민해 만든 리턴미 컵은 100℃ 이상의 고온에도 사용이 가능하며, 외부에서도 편하게 들고 다니도록 가벼운 재질을 선택해 130g의 무게를 자랑한다.

📌 야옹이 빵 주머니
식사빵을 담는 천 주머니로 주로 장을 볼 때 소비하는 일회용 비닐을 대체한다. 사이즈에 따라 깜빠뉴 등 큰 크기의 식사빵도 넉넉히 담기며, 보자기와 마찬가지로 윤예지 작가의 일러스트를 더해 기분 좋은 감성까지 더했다. 동네 빵집에서 포장 안된 빵을 담거나 파, 양파 등의 채소를 담는 등 일상에서 두루 활용하고 있다.

✨베러얼스가 추천하는 아이템✨
📌 건조기 양모볼 & 오일 디퓨저
최근 건조기 사용량이 증가하며 시트 및 섬유 유연제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도 많아졌다. 이를 대체하는 아이템으로 천연 양모로 만든 양모볼 한 세트를 추천한다. 건조 시 의류의 엉킴과 구김, 정전기 방지에 회전율을 높여 건조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오일을 함께 사용하면 옷에 은은한 향까지 더한다.

📌 스텐링 수세미
음식물이 끼고 부식되어 비위생적인 철 수세미의 모든 약점을 보완한 스텐링 수세미는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의료기기에 사용하는 316L 스테인리스로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부식에 강하다. 그을린 주물 팬이나 프라이팬을 닦는데 탁월하고, 입구가 좁은 용기에 넣어 흔들기만 해도 잘 닦여 텀블러 세척용으로도 좋다.

✨스왈로가 추천하는 아이템✨
📌 덕분애 밀랍랩
면으로 된 원단에 천연 밀랍을 먹여 만든 밀랍랩은 플라스틱 비닐 랩을 대체하는 다회용 랩이다. ‘비즈왁스 랩’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품은 벌집에서 추출한 밀랍을 녹여 천에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자체적으로 접착 효과와 발수 기능이 있어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

📌 소락 다회용 와입스
화장지나 물티슈를 대체하는 다회용 천 와입스. 오가닉 소창 원단으로 만든 일종의 손수건이다. ‘소락’은 제주말로 ‘습기 없이 잘 말라서 감촉이 좋다’라는 뜻으로 위생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 소창 원단을 재봉해 물에 담가 전분을 빼고, 여러 번 삶은 후 스팀 다림질을 해 만들어졌다.

✨알맹상점이 추천하는 아이템✨
📌 손잡이 수세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물건을 제일 먼저 바꿔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첫 번째로 수세미를 꼽는다. 식물의 껍질만 벗겨 쓰는 천연 수세미는 많이 알려져 있어 알맹상점의 손잡이 수세미를 소개한다. 단단한 나무 손잡이로 그립감이 좋고, 선인장의 모를 소재로 사용해 폐기 후 자연스럽게 썩는다.

📌 리시오 칫솔
제로 웨이스트 칫솔 중 ‘대나무 칫솔’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간혹 볼에 칫솔이 쓸려 사용이 어려울 때도 있다. 리시오 칫솔은 칫솔모만 교체할 수 있어 칫솔로 인한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몸체가 둥글어서 입안에 닿았을 때 불편함이 적고, 솔은 미세모로 만들어 잇몸에 닿을 때도 부담 없다.

✨지구샵이 추천하는 아이템✨
📌 온몸비누
비누는 위생과 건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위대한 발명품이자, 제로 웨이스트 측면에서도 훌륭한 가치를 가진 친환경 제품이다. 천연 자몽 오일로 상큼하게 리프레시 되는 지구샵의 온몸비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제품으로 고안되어 욕실에서 샴푸, 보디워시, 폼클렌징 무려 세 가지의 제품을 대체한다.

📌 리바이브 칫솔
일반 칫솔과 비슷한 물성으로 불편함이 적은 리바이브 칫솔. 단일 소재만을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덜어냈고, 옥수수 기반의 플라스틱으로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였다. 일반 쓰레기로 폐기하면 매립 시 환경 조건에 따라 생분해가 가능하며, 이중 미세모로 부드럽다.

𝐓𝐫𝐚𝐯𝐞𝐥 𝐏𝐚𝐩𝐞𝐫세계에서 가장 느린 배 일주일간 ‘바다 위 선상 학교, 그린보트’를 탔다. 부산에서 출발해 대만과 일본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는 망망대해의 여행. 일주...
07/08/2025

𝐓𝐫𝐚𝐯𝐞𝐥 𝐏𝐚𝐩𝐞𝐫
세계에서 가장 느린 배

일주일간 ‘바다 위 선상 학교, 그린보트’를 탔다. 부산에서 출발해 대만과 일본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는 망망대해의 여행. 일주일간 바다는 학교였고 배는 도시였다. 크루즈 위에서 서로 다른 속도의 사람들과 함께 걷고, 듣고, 웃었다. 그리고 멀미라는 이름의 그리움을 안고 배에서 내리기까지의 여정을 여기에 적는다.

세계에서 가장 느린 배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노란 굴뚝이 인상적인 크루즈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코스타 세레나’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크루즈였다. 지구에 불시착한 거대 생명체처럼 보이는 이 친구가 7박 8일 동안 나의 집이 될 곳이었다. 부산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친 후, 배에 올라서자 크루즈 선원들의 환영 인사가 들려왔다. “챠오Ciao!” 멋쩍게 인사말을 따라 발음하자 비로소 여행이 실감났다.
(···)
그린보트 여행은 크게 선내 생활과 기항지 여행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크루즈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크고 작은 강연장과 공연장, 수백 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 실내외 수영장과 헬스장 등 편의시설,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독서 공간까지, 생활에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크루즈에서 눈에 띈 것은 ‘그린 대여소’였다. 다회용기, 수세미, 텀블러는 물론 환경 관련 도서도 대여해 주었는데, 여행이라는 행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려는 세심한 노력이 감사했다.

첫 번째 기항지, 타이베이
부산을 떠난 우리는 첫 번째 목적지인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육지의 여행이라면 국경을 넘는 순간, 확연히 달라진 풍경과 입국 절차 속에서 여행을 실감했을 테지만, 바다의 여행은 달랐다. 사방을 둘러싼 바다는 어제와 다르지 않았고, 변한 것이라곤 1시간의 시차뿐이었다.
(···)
기항지 프로그램은 문화, 역사, 환경, 평화 등 다양한 테마에 따라 조별로 나뉘어 진행됐다. 내가 선택한 코스는 국립고궁박물관과 서문정 거리 방문이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중국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예술 작품과 유물을 소장한 곳이었다. 도자기, 회화, 서예, 금속 공예품 하나하나가 중국 왕조의 문화적 흐름을 담고 있었다.

세심한 손길이 인상적인, 오키나와
1월의 오키나와는 초가을 날씨처럼 맑고 청명했다. 한적한 유적지를 천천히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다만,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슈리성은 2019년 화재로 전소된 후 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온전한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의외의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슈리성의 복원 과정을 공개하고 있던 것이었다. 커다란 벽으로 공사 현장을 가려두는 익숙한 방식 대신 성 전체를 감싸는 가건물을 세워 비와 눈으로부터 현장을 보호하고, 유리창 안에서 인부들이 섬세하게 복원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건, 아주 낮은 높이에서도 인부들이 일일이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한 안전 수칙이지만, 유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들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완벽한 여행의 마무리, 다케오 올레와 온천
마지막 기항지는 일본 사가 시였다. 나가사키와 가까운 이곳은 올레길과 온천으로 이어지는 고요한 길이었다. 특히 제주 올레길을 기획한 서명숙 이사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함께 만든 ‘다케오 올레’가 유명했다. 총 14km에 달하는 올레길 중, 우리는 약 6km를 걸었다.
아침 호수의 고요함, 깔끔하게 정돈된 마을 길, 그리고 이끼 낀 작은 사당까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한 줄로 걷는 동안, 누군가는 앞장서 묵묵히 길을 걸었고, 또 누군가는 일행과 나란히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의 끝, 멀미가 시작되는 순간
배에서 내려 단단한 땅을 밟았을 때, 묘하게 물렁한 감각이 발밑에 남았다. 처음엔 단순히 다리가 풀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진처럼 아득하지만 분명한 감각이었다. 일주일 내내 느끼지 못했던 멀미가 그제야 찾아온 것이었다. 문득 그 작은 멀미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멀미가 조금 더 오래 내게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PAPER 2025년 272호
글 김건태
사진 김건태, 그린보트 공식 포토

PAPER 30주년 기념호를 기획 중인데특별호를 제작하려다 보니 제작비가 평소 제작비의 4배가량 많이 드는 상황. ㅜㅠ 기획을 다 엎고 새로 해야 하나 고민 중. 누가 눈 먼 돈 좀 함박눈처럼 펑펑 뿌려주세요! ㅎㅎ
05/08/2025

PAPER 30주년 기념호를 기획 중인데
특별호를 제작하려다 보니 제작비가
평소 제작비의 4배가량 많이 드는 상황.
ㅜㅠ 기획을 다 엎고 새로 해야 하나 고민 중. 누가 눈 먼 돈 좀 함박눈처럼 펑펑 뿌려주세요! ㅎㅎ

세상에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무심함을 견디고, 현실의 냉정함, 고충들과 무수히 부딪혀 가며 브랜드의 고유성을 지키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죠. 성공보다는 실패를 껴안기 쉬운 상업 사...
01/08/2025

세상에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무심함을 견디고, 현실의 냉정함, 고충들과 무수히 부딪혀 가며 브랜드의 고유성을 지키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죠. 성공보다는 실패를 껴안기 쉬운 상업 사회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척박한 조건에서도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보법을 구축해 온 8개의 브랜드를 만났습니다.

페이지를 넘겨 독보적인 길을 만들어 온 브랜드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하나씩 살펴보세요. 어느새 나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신의 일상에 반짝반짝 영감이 되어줄 이야기가 PAPER 272호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PAPER에서 만나보고 싶은 독특한 브랜드, 나만 알고 싶지만 한 편으론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는 브랜드가 있나요?🙌

📌한 장의 편지로 전하는 마음
: 동시대의 편지 문화를 만들어가는 가게. 글월은 ‘편지’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2019년부터 서울을 기반으로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kr

📌오늘도 내일도 꽃과 함께
: 누구나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그날까지, 국내 최초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라워 브랜드.


📌더 나은 삶, 더 나은 아이스크림 가게
: 더 나은 아이스크림 생활을 위한 단 하나의 가게를 찾는다면 단연 여기! 녹기 전에 먹어야 할 여름 메뉴로는 ‘복자살수’.it.melts

📌’믹스’가 만드는 커피의 세계
: 한국의 대표 음료 중 하나인 ‘믹스커피’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뉴믹스 커피. 북촌점과 성수점을 운영하고 있다. kr

📌어른들의 놀이동산
: 크리에이티브 그룹 ‘모빌스그룹’이 전개하는 성수동의 작은 극장. 매달 무비랜드가 선정한 큐레이터가 꼽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묘미. archive

📌이토록 영롱한 케이크
: 독창적인 비주얼과 이를 넘는 ‘맛’으로 승부하는 케이크 가게. 시그니처 메뉴로는 ‘Jellybalm™’ 케이크가 있다.


📌향신료의 새로운 지평
: 매해 새로 수확한 신선한 후추를 소개하며 산지 고유의 맛을 담은 후추와 뿌려먹는 후추 ‘뿌추’ 등 일상에 작은 의외성을 부여하는 향신료 브랜드. pepper_official

📌사랑과 용기, 그것만 있다면
: 가장 동시대적인 술을 만드는 주류 회사. 술을 하나의 매개체로 정의하며 시대감각을 담은 제품은 물론 ‘이쁜꽃스러운’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epkkot

𝐓𝐫𝐚𝐯𝐞𝐥 𝐏𝐚𝐩𝐞𝐫커다란 온실 세계 여행 에세이 , 의 작가 박재현은 자신만의 속도와 시선으로 여행 이야기를 축적해왔다. 그와 잠시 함께 산책을 한 듯, 따듯하고 찬란한 여행기의 중심에 놓은 것은 장소보다는 ‘사...
08/07/2025

𝐓𝐫𝐚𝐯𝐞𝐥 𝐏𝐚𝐩𝐞𝐫
커다란 온실

세계 여행 에세이 , 의 작가 박재현은 자신만의 속도와 시선으로 여행 이야기를 축적해왔다. 그와 잠시 함께 산책을 한 듯, 따듯하고 찬란한 여행기의 중심에 놓은 것은 장소보다는 ‘사람’이었다. 농담과 오래된 음악, 여행을 좋아하는 소설가 박재현의 조지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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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어
“어디가 가장 특별했어요?”
여행자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질문에 나는 어렵지 않게 답한다. 이곳을 다녀온 뒤부터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조지아 주를 떠올리면 그나마 다행이다. 미적분 문제를 본 듯한 얼굴을 자주 마주한다. 다만 요즘 들어 이곳을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나만 알고 싶은 인디밴드가 유명해질 때와 비슷한 기분이지만 이곳에 있을 때 확신했다. 앞으로 훨씬 많은 사람이 찾을 거란 걸. 아시아도 아니고 유럽도 아닌 이 작은 나라는 여행자들을 끄는 이국적인 재료로 가득했다.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여행은 이동
조지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마슈르트카(Marshrutka)였다.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꼭 이용했던 교통수단이다. 이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스타렉스보다 조금 더 길고 높은 차엔 훨씬 많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나는 운전기사 입장이 이해되긴 했지만, 그들은 여행자의 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릎이 앞 좌석에 닿아 두 다리를 의자 밖으로 빼곤 했다. 다리 긴 서양 친구들도 그렇게 하니 옆으로는 다리끼리 닿았다. 게다가 엉덩이는 저려오고. 그래도 어떻게 하랴. 버텨야 했다. 오히려 이따금 이 시간을 즐기려 했다. 반복되는 진동 속에서 눈을 감고 어떤 생각에 빠져들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특히 회상에 젖거나,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많았다. 쓸모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나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았다. 생각해 보면 여행에서 이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컸다. 여행을 되돌아볼 때 아름다웠던 장소만 떠오르는 게 아니었다. 이동하면서 본 풍경과 그 안에서의 농축된 지겨움, 늘어놓았던 단상 역시 자세히 그려졌다. 필연적으로 소중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 덜 괴로워해야지. 그때 눈 감고 했던 생각이 언젠가 나를 지지해 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인연
조지아에서의 마지막 날.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조르주 아저씨 집에 들러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마침 새 캐리어를 사는 데 도움을 준 친구 인가가 통역을 자처해 같이 갔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아저씨가 깜짝 놀라며 반겨 주었다. 아저씨는 처음보다 편하게 나를 대했다. 인가가 있어 소통도 수월했다.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그를 깊이 바라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아저씨는 조지아가 아닌 아르메니아 사람이었다. 또 일반 회사를 다니다 그만둔 줄 알았는데, 얼마 전까지 건물 짓는 일을 했다고. 그러니까 우리식으로 말하면 막노동을 한 것이었다. 손이 두껍고 투박한 이유가 있었다.
(⋯)
내가 짜디(옥수수빵)를 포크로 잘라 먹으려 하자, 아줌마가 손으로 먹으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옆에서 보던 아저씨는 긴 나무 작대기를 반으로 가르는 시늉을 하며 젓가락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내가 동양인이어서 하는 유머였다. 이런 별것 아닌 농담도 왜 다 마음에 남던지. 식사의 메인 요리는 떡갈비와 흡사한 고기였다. 아줌마는 그걸 자꾸만 내 그릇에 놔 주었다. 사람 수대로 하나씩 먹기에도 모자랐는데. 내가 다 먹으면 어느새 접시가 채워져 있었다. 많이 먹었다고 거절해도 소용없었다. 우리네 엄마, 할머니와 똑같았다. 내내 고맙고 따뜻했다. 뭐라 더 설명할 수 있을지. 모든 기운이 가슴께에서 다 합쳐진 듯했다.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지 않았다. 두 번 봤으니, 세 번, 네 번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고 하는데, 만남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걸 인연이라 믿었다. 다음엔 결혼해 둘이 되어 오겠다고 하니, 여행 중에 좋은 사람 만날 거라며 응원해 주었다. 조지아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아저씨, 아줌마, 정말 고마워요. 조지아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두 분 때문인 걸 아시나요. 또 만나러 갈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PAPER 2025년 272호
글과 사진 박재현

𝗜𝗡𝗧𝗘𝗥𝗩𝗜𝗘𝗪참상인에 다다르는 길현현 대표 하덕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일하며, 직업윤리를 지키고, 손님을 기적으로 생각하며, 이윤을 남기는 사람.’ , , , , , ,  등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20여 곳의...
27/06/2025

𝗜𝗡𝗧𝗘𝗥𝗩𝗜𝗘𝗪
참상인에 다다르는 길
현현 대표 하덕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일하며, 직업윤리를 지키고, 손님을 기적으로 생각하며, 이윤을 남기는 사람.’ , , , , , , 등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20여 곳의 공간을 탄생시킨 하덕현이 정의한 ‘참상인’의 정의다.

1,700만 원의 소자본으로 명륜동의 작은 반지하에서 시작한 장사는 금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었고, 그 기세에 힘입어 두 번째 가게 이 명륜동에서 오픈되었다. 그는 같은 문법을 반복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새롭지 않은 건 도저히 감행할 수 없었으니까. 이후로 20여 개에 걸친 독창적인 업장이 탄생했고, 이 가게들은 또 하나의 독자적인 공간 문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가 만든 가게는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고유해질 수 있었을까?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업장을 오픈하려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일에 적용할 만한 메뉴얼을 찾기 힘든데 그가 낸 책 은 많은 사람들에게 참상인의 길을 열어주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이왕이면 현현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모토로 일하고 있는 ‘현현’의 대표이자, 13년 차 상인 하덕현입니다. 현현은 ‘밝고 분명하다’라는 뜻인데요. 조직을 꾸리면서 밝고 분명하기만 해도 조직이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현현이라고 지었습니다.

Q. 장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왜, 어떻게, 무엇을’에 대한 정의를 내리라고 말했어요. 이유는 뭘까요?
몇 년 전에 라는 가게를 만들 때였는데, 공사하던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어요. 만약 누구 한 명이라도 다치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겠다 싶었는데, 저한테는 아무런 명분이 없더라고요. 사업하다 보면 어려운 일이 끊임없이 생기는데 그걸 통과할 수 있는 힘은 ‘왜’에서 나와요. 그다음으로 ‘어떻게’가 중요하죠. ‘무엇을 하는가’는 세 번째 정도가 되겠네요.

Q. 책의 끝에 다다를 무렵, ‘상인은 상인답게’라는 챕터가 등장해요. 이 책의 도달점처럼 보이기도 하죠. 대표님이 생각하는 상인의 태도란 뭘까요?
단 한 문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저는 ‘좋은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좋은 에너지로 손님과 직원을 대하는 것. 저는 제 책이 ‘좋은 에너지로 일하자’라는 말을 풀어쓴 글에 불과하다고 느껴요. 제 나름으로 장사하는 동안 항상 손님보다 약간 높은 에너지를 유지하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어요. 직원들한테도 에너지를 뺏지 말고 에너지를 주자고 생각했죠.

Q. 장사는 결국 어떤 일인가요?
장사는 매일 매출과 손님 수가 찍히기 때문에 ‘핑계 댈 수 없는 직업’이에요. 장사의 좋은 점이 있다면, 주인의 쓸모가 정말 100%라는 거죠. 가게 이름 짓는 일부터 포크 하나 고르는 일까지 가게 주인이 다 정해야 하니까요. 장사는 온전히 오너몫이라 아무것도 핑계 댈 수 없어요.

Q. 칵테일 이름도 업장 이름도 독창적인데 이름을 지을 때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확실히 책과 문장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에요. 사진가 할 때도 책을 읽다가 소설에서 ‘물의 안쪽’이라는 단어를 보면 물의 안쪽을 찍고 싶더라구요. 저를 건드리는 문장이나 단어를 늘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Q.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너무 막막했죠. 누가 저한테 ‘사업이 뭐냐’고 물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크기가 사업의 크기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처음에는 큰 문제 앞에 서면 빠른 방법으로 해소하고 싶었어요. 근데 사업을 하면 할수록 ‘정도’로 가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Q. 참상인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일하며, 직업윤리를 지키고, 손님을 기적으로 생각하며, 이윤을 남기는 사람. 여기에 유머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예요. 저는 제가 생각한 말 중에 가장 무서워하는 문장이 있어요. ‘재미없으면 모두 떠나갈 거야’라는 생각.

PAPER 2025년 272호
인터뷰 김하영
사진 이생

PAPER의 오랜 친구, 정신과 + 사이다 + 공민선이 을 출간했고, 출간 3일 만에 재쇄 소식을 접수했습니다!은 2001년부터 PAPER에 연재된 정신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에요. 정신의 톡톡 튀는 문체, 사이이다의...
20/05/2025

PAPER의 오랜 친구, 정신과 + 사이다 + 공민선이 을 출간했고, 출간 3일 만에 재쇄 소식을 접수했습니다!
은 2001년부터 PAPER에 연재된 정신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에요. 정신의 톡톡 튀는 문체, 사이이다의 심플한 듯 선명한 사진, 그리고 공민선의 감각적인 디자인이 2년간의 연재 내내 돋보였는데, 첫 책으로 묶였을 때도 사람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더랬죠 🍀

영수증을 통해 들여다보는 정신의 일상은 소소하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형식으로 많은 PAPER 독자들에게 깨알 인기를 얻었어요. 일상의 사소한 움직임이 소비로 이어지는 현대의 소비 패턴을 영수증이라는 작은 종이를 통해 정신만의 감성과 감각으로 풀어낸 . 이 책의 2탄이 25년이 5월에 이라는 책으로 발행되었답니다. 26년 전, 1999년 10월에 앳된 정신과 사이다를 발굴해서 인터뷰를 했고, 이 나오기 전에 PAPER에 2년간 연재를 붙였던 정유희 편집장은 2탄 발매 소식에 너무 기뻐 울다가 웃었다고 하네요. : )

정신이 스물 세살부터 모은 영수증이 무려 2만 5천 장에 달한다고 해요👀 스물 넷의 정신과 마흔의 정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삶을 펼쳐내는 장소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어도 그녀의 독자적인 매력은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는 사실!💚 (이 벌써 교보문고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답니다🎉)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 “이 책의 시작이 되어준 유희언니께 책을 직접 주고 싶었다”며 정신과 사이다, 공민선이 PAPER로 기습했습니다. 정유희 편집장은 6.25 때 잃어버린 딸들이 찾아온 것 마냥 몹시 기뻐하며, 무국, 봄나물, 잡채, 열무비빔밥, 대저토마토샐러드 등의 음식을 손수 정성껏 만들어 저녁 밥상을 차렸고, 책을 건네 받은 후, 책을 꼭 끌어안았다고 하네요. 오후 5시경에 만난 이들은 밤 12시 넘어 하루가 저물도록 25년의 시간과 추억을 빛의 속도로 넘나들며 왕수다를 떨었다고 합니다. 새로 나온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더불어 PAPER의 미래도 함께 고민하며 폭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네요.

PAPER의 또 다른 친구, 홍진경은 정신을 두고 '지금 나를 온통 흔들고 있는 무서운 기집애'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홍진경의 찐친구라는 제목으로 정신, 사이다, 나난, 모과가 다함께 출동한 에피소드가 #공부왕찐천재홍진경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내일 용산에 있는 흙카페에서 의 북토크가 열립니다. PAPER도 함께 참여해요. PAPEPR에서 을 보며 좋아라했던 독자님을 만날 생각을 하니 둑흔둑흔 마음이 설레네요. : )

#40세정신과영수증 #정신 #사이다 #공민선 #페이퍼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remind 416
16/04/2025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remind 416

𝐏𝐚𝐩𝐞𝐫 𝐀𝐫𝐭 𝐆𝐚𝐥𝐥𝐞𝐫𝐲불쑥, 잊지도 않고 봄이 왔습니다.🌼 길을 걷다가 조금만 무릎을 낮춰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여린 싹들이 돋느라 분주해요. 점심 든든히 먹고, 한참 산책도 하다가 사무실에 돌아왔습니다. ...
21/03/2025

𝐏𝐚𝐩𝐞𝐫 𝐀𝐫𝐭 𝐆𝐚𝐥𝐥𝐞𝐫𝐲

불쑥, 잊지도 않고 봄이 왔습니다.🌼 길을 걷다가 조금만 무릎을 낮춰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여린 싹들이 돋느라 분주해요. 점심 든든히 먹고, 한참 산책도 하다가 사무실에 돌아왔습니다. 봄기운에 마음이 붕 떠서는 괜히 예전 페이퍼를 뒤적거리는데, 꼭 오늘 같은 날씨에 전하고 싶은 그림이 있지 뭐예요.

부쩍 따듯해진 날씨에 아이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모구 다카하시의 그림을 호출합니다. 모두 새봄 만끽하는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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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이가 쓰는 일기 같은 그림

🐇 모구 다카하시
현재 도쿄에 거주하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모구 다카하시는 매일 본인의 SNS 계정에 일기처럼 꾸준히 그린 그림을 올리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뚜렷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그녀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로운 생각과 에너지를, 전통적인 미술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드로잉, 회화, 설치 등을 통해 표현한다.

Q. 요즘 당신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요.
요즘 큰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어요. 작은 수첩에 하는 드로잉은 하나의 습작이에요. 작업을 위한 전 단계라고 할까요? 이 드로잉들로 인해 변주된 작업이 많이 나오죠.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큰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정말 설레요.(웃음) 그 순간부터는 아무도 저를 간섭할 수 없거든요. 온전히 저만의 시간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림을 그릴 때 제일 행복해요.

Q. 자연의 여러 오브제 중 동물이 단연 그림에 많이 등장해요. 유독 동물을 많이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지금도 저는 새와 강아지,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고, 제게는 그들이 가족과 같은 존재들이에요. 어렸을 적부터 사교성이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었겠지만, 사람들보다는 동물들과의 교감이 더 편하고, 동물들로부터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얻었어요.

Q. 당신의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천진하면서도 과감해요. 본인 스스로 자신의 성격이 다른 어른에 비해 조금은 철이 없다거나 아이 같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웃음) 하지만 저는 천진난만하고 계산 없이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좋아하고, 상처받을 게 두려워 먼저 인사 건네는 걸 꺼려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아이들의 행동과 말투 등을 좋아해요. 제 그림은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들의 그런 모습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강한 제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구요. 아이들의 모습이 제 작업의 충분한 소재가 되고 영감을 줘요.

PAPER 2019년 252호
인터뷰 정유희
그림 모구 다카하시
#페이퍼 #매거진페이퍼 #페이퍼252호 #모구다카하시 #그림 #일러스트 #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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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잡지 #페이퍼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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