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2/2023
2월 13일 발간 예정 장편소설
책소개
"웃음과 비애가 파도처럼 몰아치는, 8부작 드라마 같은 장편소설.
허방 캐릭터, 어눌한 문장, 페이지 터너 스토리.
아내를 왕비로 등극시키겠다는 한 남자의 굳은 의지와 쉼없는 노력.
그런데 누가 이 남자를 자꾸 유혹하나."
주식시장과 양성애를 파격적으로 다룬 하드보일드 장편 '하늘다리'로 논란을 일으켰던 작가가, 한국문학 해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은 '성자 셰익스피어' 그리고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어가며 탐욕의 금융세계를 다룬 '더 월' 이후 11년 만에 원고지 3100매 분량의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이전 세 권의 장편소설에서 제1급의 필력을 선보인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는 어눌해 보일 정도로 소박한 문장에 듣보잡 허방 캐릭터를 내세워 웃음과 비애가 파도처럼 몰아치는 스토리를 8부작 인생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철강회사에서 납품 비리 건으로 해직된 40대 가장 김무종은, 일식당에 나가고 있는 아내 변가영과 초등 1학년 아들 경서, 유치원 다니는 딸 민주와 함께 18평 연립주택에 살며 샴푸 세일즈맨으로 뛰고 있다. 3년 안에 영업왕이 되어 아파트를 사고 가정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그의 앞에 17년 전 짝사랑했던 옛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왜 나타났으며 그는 과연 세일즈로 성공할 것인가.
3100매라는 길이에 비해 페이지 터너가 무척 빠른 편이고 서사 위주임에도 디테일은 풍성하면서도 치밀하다. 남성이발소나 녹색 어머니회 상대의 모닝샴푸 소개장면, 퇴직임원들과의 만남 등 몇몇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2권으로 진입해서도 스토리의 힘이 떨어지지 않는 면이 있다.
때로 불필요할 만큼 상세한 묘사, 작품성과 오락성을 함께 담보하려는 시도 등 무리해 보이는 면도 적지 않은 편이나 인내할 만한 수준이다. 미스터리적 요소의 전개와 결말은 일반적인 추리소설에 비해 다양한 해석과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으나 반전의 의외성은 예측불가였다고 할 수 있다.
캐릭터나 문장 등에 있어서 이 작품과 한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는 비슷한 소설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으며, 아마도 책을 완전히 덮은 다음에는 이 남자의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한국어가 이렇게 의외로 쓰이기도 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건 덤이라 하겠다. 좋은 면에서건 엉뚱한 면에서건, 소설에서 의외의 경험과 기대를 하고 싶다면 집어들어도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한마디 더 붙이자면, 한 번씩 제대로 웃기고 모욕과 비애의 쓴맛을 수시로 제공한다. 상당히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