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2024
미술가 강홍구의 그림 산문집 『무인도』가 출간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올해 마지막 책으로 예쁘게 나와 주어 마치 선물과도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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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강홍구는 디지털 사진을 매체로 재개발 구역과 도시 공간 등에 관한 다양한 작업을 해 왔습니다. ‘무인도’ 연작에서 작가는 십 년 동안 찍어 온 고향 신안군의 무인도 사진들 위에 아크릴로 여러 대상을 그려 넣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무인도』는 그중 40점을 골라 그에 알맞은 글과 함께 엮은 그림 산문집입니다. 이 책에는 무인도란 눈앞의 현실이자 몽상의 대상이라는 메시지 아래, 그의 작업 세계에 바탕이 된 이야기와 어린 시절 섬에서 보낸 추억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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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글과 그림이 함께 흐르지 않고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에세이에 해당하는 ‘무인도—글’이 나오는데, 각 글 끝에 일종의 섬네일처럼 해당 작품을 흑백으로 작게 넣고 그 아래 원색 도판이 인쇄된 페이지 번호를 표시했습니다. 컬러 화보를 ‘무인도—작품’으로 모아 뒤쪽에 별도 배치한 이러한 방식은, 글에서 작품으로, 작품에서 글로 독자가 ‘이동’해 가야만 하는 낯선 읽기를 유도합니다. 다소 번거로운 이같은 독서 행위를 통해, 독자들은 책이라는 물성 안에서 작가가 신안 바다의 이 섬 저 섬을 오갔던 거리, 대상들을 찍었을 때의 시간을 간접적으로나마 감각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납작한 지면 위에 삼차원의 무인도가 펼쳐지고 작가가 풀어내는 풍성한 이야기에 접속되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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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자유롭고 분방하게 흐르지만, 크게는 섬에서 보낸 어린 시절 이야기와, 미술로 밥을 먹고 사는 작가가 되면서 겪은 이야기가 중심을 이룹니다.
강홍구는 “개인적인 것 이상의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별 할 말이 없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지 않고 써 두지 않으면 그냥 묻힐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읽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고 털어놓습니다. 그의 추억들을 묻어 두지 않고 풀어놓고 공유함으로써, 지칠 때 찾아가 몽상하며 쉴 수 있는 무인도라는 공간을 내주었습니다. 그가 이 책을 쓴 것은 자기 자신에게 그곳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알려 주려고 한 게 아닐까요? 누구나 마음속에 무인도가 하나씩 필요한 시절이니, 저마다의 무인도를 찾아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바다에 누워 송장헤엄을 치면서” 그 몽상의 섬을 바라보자고. 편안한 마음으로 바위 그늘에 누워 한잠 자고 와도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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