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5/2024
남해군 누리집 직원 이름 비공개 실효성 있나?
부군수 이하 전 직원, 관광재단 등 포함
정책실명제, 소통 강조 군정 역주행
비공개 이유 "오래전부터 민원 관련 부서 요청"
"행안부 전국 지자체 권고, 공무원노조 요청"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각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된 직원들의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남해군도 누리집 내 `직원안내`란에서 직원들의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러나 도시에 비해 작은 지역사회인 남해군의 경우 이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오래전부터 남해경찰서나 남해소방서 등도 직원들의 이름을 비공개해 민원인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데, 더 많은 민원과 행정을 관할하는 남해군도 이러한 결정을 내려 민원인들은 행정의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책실명제를 비롯해 장충남 군수의 소통과 정책투명성 등 군정 방향과도 어긋나고 있어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이름 비공개 정책 시행에 따라 남해군은 조직 내부에 공문으로 내용을 공유했지만, 누리집(www.namhae.go.kr)이나 SNS, 보도자료, 어떤 홍보도 없이 시행하고 있어 누리집을 이용하는 민원인들에게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는 공급자 위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원 이름 비공개 이유
지난 28일 오전 본지 취재 결과, 남해군 행정과는 지난 9일부로 우선 남해군 누리집에 공개된 직원들의 이름을 성씨만 남겨놓고 비공개로 전환했다. 남해군은 장충남 군수를 제외한 부군수, 실국단장, 읍면장, 농업기술센터, 보건소, 남해군의회까지 비공개로 처리했다. 또한, 남해군 출연재단인 남해관광문화재단도 본부장부터 팀장, 직원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남해마늘연구소는 원래 직원과 담당 업무란이 없었기에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이박최정 등 많은 성씨가 아닌 비교적 적은 성씨를 가진 직원은 오히려 특정하기 쉽다는 맹점도 있다는 본지의 지적에 남해군 행정과는 같은 날 오후 직원들의 성씨를 포함한 이름 전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번 정책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으로, 올해 3월 경기도 김포시 소속한 공무원이 인터넷상 집단 괴롭힘(사이버 불링)을 당한 끝에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사건 등으로 인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2일 "악성 민원으로부터 민원 공무원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라며 `공무원 개인정보 공개 수준 조정 권고`와 `부당한 정보공개 청구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처리` 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남해군 행정과는 행정안전부의 권고와 공무원노동조합 남해군지부의 요청을 비롯해 오래전부터 민원 업무가 많은 부서로부터 직원들의 이름 비공개 요청을 받아옴에 따라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군수에게 바란다 비공개 전환
이러한 가운데 남해군 누리집에서 다양한 민원을 받아왔던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도 작성자의 선택에 따라 공개할 수 있었는데, 같은 날 비공개로 전환해 현재는 작성자와 공무원이 아니면 볼 수 없게 운영하고 있다.
실정에 맞게 숙의 과정 거쳤어야
이 정책은 단순히 공무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목적과는 다르게 민원인과 공무원 모두에게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남해군은 조금만 수소문하면 담당 주무관의 간단한 신상정보는 알 수 있는 좁은 지역사회다. 또, 인터넷이나 온라인을 통한 집단 괴롭힘을 할 수 있는 인구도 적고, 온라인의 경우 민원인들은 누리집 내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을 이용해 왔다. 나아가, 불만이 있으면 담당 부서나 민원실, 비서실 등을 찾아가는 행동으로 표출해 오고 있었다.
선량한 민원인은 전화를 받는 직원이 담당 주무관이 맞는지 아닌지, 사업명이나 업무명으로 담당자를 찾아야 하는데, 소통 과정 중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았을 때도 민원 내용이나 이름을 잘못 전달할 가능성이 기존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되면 민원인은 전화보다 해당 부서를 방문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전화로 해결할 수 있는 업무를 대면해서 처리하기 때문에 민원인이나 공무원 모두에게 비효율적이다.
이 또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하겠지만, 남해군 공직 내부에서도 별도의 숙의 과정 없이 성급하게 결정했고, 결정 사항을 누리집 이용객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아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해군 행정과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불편함을 없앨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홍보 미흡은 죄송하다.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병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