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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가 나왔을 때 한국 학부모들의 영화 해석이 화제가 되었다.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게 영화의 교훈이라고 생각한 부모들은 영화 속 교사를 그걸 가능하게 한 스승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젊은 ...
31/12/2024

영화 '위플래쉬'가 나왔을 때 한국 학부모들의 영화 해석이 화제가 되었다.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게 영화의 교훈이라고 생각한 부모들은 영화 속 교사를 그걸 가능하게 한 스승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젊은 관객들은 그 교사를 학생을 학대하는 교사로 인식했다.

미국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학대(abuse)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역시 견해가 갈라진다. 부모가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아이 양육 방침, 방법이 다를 거다. 물론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에서는 그 교사를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와 함께 '정부 효율부'를 이끌게 한 인도계 사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가 크리스마스 다음 날 소셜미디어에 폭탄 발언을 했다. "미국의 최고 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 대신 해외에서 태어나 이민 온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건 미국인들의 아이큐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미국 문화의 문제"라고 아주 작정하고 이민자다운 발언을 한 거다.

그러면서 '프렌즈'보다는 '위플래쉬'를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라마스와미가 공격한 "평범한"(=경쟁력 떨어지는)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는 올해 선거에서 세계 최대의 갑부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많은 부자의 지지를 받았고, 이는 그의 집권 후 '부자 감세 정책'으로 보답할 거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단순히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서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가 바이든 행정부와 사이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하는 주장도 사실이지만, 그는 트럼프의 힘을 빌려 미국을 바꾸겠다는 일련의 어젠다를 갖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한 실리콘밸리 부자들의 어젠다는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어젠다와는 전혀 다르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렇게 완전히 다른 그룹에게 공약을 남발했다는 것이고, 그런 공약들은 결국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일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벌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MAGA 내전'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주의가 커지면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한다. 어느 쪽 해석이 맞든, 패자는 정해져있다.


https://otterletter.com/maga-rift/

한국의 유튜브나 TV 드라마를 보면 남매들 사이가 나쁜 게 당연한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흔하다. "야, 너 죽을래?" "꺼져!" 같은 말이 오고 가는 장면이 코믹하게 묘사된다. 나는 정말 보기 싫었다. 그게 왜 웃...
30/12/2024

한국의 유튜브나 TV 드라마를 보면 남매들 사이가 나쁜 게 당연한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흔하다. "야, 너 죽을래?" "꺼져!" 같은 말이 오고 가는 장면이 코믹하게 묘사된다. 나는 정말 보기 싫었다. 그게 왜 웃긴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내가 한국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미디어에 묘사된 관계를 보고 자라면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배울 수 밖에 없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그래서 그런 콘텐츠는 보여주지도 않았고, 오빠와 여동생 사이는 좋은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알게 키웠다. 물론 아이들이 타고 난 천성이 착했던 게 지금도 사이가 좋은 이유의 팔할이지만, 나는 환경이 형제, 남매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빌리 아일리시와 오빠 피니어스는 네 살이라는 애매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인터뷰를 열심히 들었고, 이들이 지금도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들의 성장 환경이 중요한 요인임을 알게 되었다.

이 인터뷰에서는 남매 관계 외에도 빌리 아일리시가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중을 줄였다가 신체적 만족과 무관하게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 자기가 만드는 음악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던 피니어스가 어떻게 성공적인 프로듀서가 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저를 몇 주 만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저를 보고 '와, 세상에, 너무 좋아 보인다,' '정말 날씬해졌다,' '빌리 쟤,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니?' '너무 건강해 보여,' '막 빛이 나는 거 같애' 같은 말을 해요. 저는 제가 행복해 보인다는 사람들의 평가에 집착하게 되었어요. 그 사람들의 칭찬이 너무나 좋았거든요. 하지만 그러다가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데...'라고 깨닫게 된 거죠. 날씬한 건 사실인데, 행복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빌리와 피니어스 ②
https://otterletter.com/billie-finneas-2/

딸아이가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처음 들려줬을 때만 해도 'Z세대들은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구나'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빌리 아일리시와 그의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은 시간이 지날수록 흔한 인기 가수가 아니라는 ...
27/12/2024

딸아이가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처음 들려줬을 때만 해도 'Z세대들은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구나'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빌리 아일리시와 그의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은 시간이 지날수록 흔한 인기 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가 내게 특별해서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나는 딸아이가 소개해 준 가수 중에서는 핑크 스웨츠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노래를 더 좋아한다) 레이디 가가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뭔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중 하나가 빌리 아일리시가 무대에 입고 나오는 옷이다. 몸매를 강조하는 다른 여자 가수들과 달리, 헐렁한 셔츠와 통이 넓은 반바지를 입고 노래를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gender dysphoria) 것도 아닌데, 어릴 때부터 음악 공연을 보면서 남녀 뮤지션에게 완전히 다른 게 요구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령 이기 팝(Iggy Pop)의 공연을 보면 늙어서 쭈글쭈글한 맨살을 드러내도 본인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마돈나는 젊어 보이는 완벽한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 나온다.

더 다른 건 남녀 뮤지션의 태도다. 남자들은 별로 연습도 하지 않고 무대 위를 마구 뛰어다니며 자연스럽게 공연하는데, 여자들은 완벽한 안무에 백대서를 대동하고 나와야 한다. 빌리 아일리시는 그게 싫었다고 한다. 그는 남성 뮤지션처럼 공연하고 싶었단다.

"이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가 가진 고정관념과 대중 음악계의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현재 23살인 빌리 아일리시는 주제가로 아카데미 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최연소 기록이다. 이미 그래미를 휩쓸었는데, 올해 내놓은 앨범으로 오는 2월 그래미상에 또 7개 부문 후보로 올라갔다.

내 딸아이에게도 꼭 들어보라고 권한 인터뷰 내용에서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부분을 정리했다.

빌리와 피니어스 ①
https://otterletter.com/billie-finneas/

미국 만화 '심슨 가족'에서 한국의 상황을 자조적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심슨 가족'은 작화 작업을 노동력이 싸고 솜씨가 좋은 한국에서 하는데 (엔딩 크레딧에 한국 이름이 많이 보인다) 한 번은 아주 더럽고 환경에...
24/12/2024

미국 만화 '심슨 가족'에서 한국의 상황을 자조적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심슨 가족'은 작화 작업을 노동력이 싸고 솜씨가 좋은 한국에서 하는데 (엔딩 크레딧에 한국 이름이 많이 보인다) 한 번은 아주 더럽고 환경에서 한국 아이가 유독물질에 셀로판 그림을 담가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분명히 과장이고, 미국적인 농담인데 ("우리는 이렇게 양심없이 만화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런 농담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시아의 어린이 노동이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 준 미국에서도 20세기초중반까지 아이들을 위험한 공장에서 일하게 했던 역사가 있고, 영국에서는 19세기까지도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이 불도 없는 탄광에서 짐승처럼 탄차를 끌었다.

그런데 이게 한 사람이 태어나 자라면서 지나는 과정처럼, 문제를 알고 있어도 건너뛸 수 없이 모든 사회가 거치는 필연적인 단계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제 한국도 아동노동에 관해서는 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고, 선진국이 된 후로는 외국에서도 그런 나라로 인식하지 않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동노동이 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는 외국에서 도와준다고 (도와주지도 않지만) 고칠 수 없고, 반드시 그 나라에서 선각자가 나와서 여론을 이끌어야만 해결된다. 전태일 같은 노동운동가, 노무현 같은 인권 변호사들이 그런 선각자들이다. 중국의 노동 상황이 과연 나아지겠느냐는 의심이 드는 건, 그런 변화는 결국 민주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영국 아이들의 비참한 노동환경을 조사한 영국 의회가 아이들의 증언을 담은 보고서를 썼는데, 찰스 디킨스가 우연히 그 보고서를 입수해서 읽게 되었다고 한다. 울면서 보고서를 읽은 디킨스는 소설가로서 뭔가를 해야한다고 다짐했다.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남자 ②
https://otterletter.com/father-of-xmas-2/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 영미권 사람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만들어냈다는 게 사실이냐?"는 것. 물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이라는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
23/12/2024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 영미권 사람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만들어냈다는 게 사실이냐?"는 것. 물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이라는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다. 많은 현대인이 즐기는 크리스마스라는 '명절'이 사실은 디킨스가 만들어 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주장의 효시는 영문학에서 찰스 디킨스 연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F.G. 키튼이 1903년에 발표한 논문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남자(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에서 찾을 수 있다. 키튼은 디킨스가 1843년에 발표한 유명한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이 현대인이 생각하는 크리스마스를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는 그 소설이 나오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지키는 날이었지만,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생각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 즉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감사와 선물을 나누고, 함께 식사하는 카드 속 따뜻한 모습은 디킨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거다.

키튼의 주장은 얼마나 사실일까?

전 세계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오늘과 내일만큼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보시길 바라며 준비한 얘기🎄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남자 ①'

빅토리아 시대는 외부적으로는 막강한 대영제국의 시대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산업혁명이 끝난 후 극심한 빈부격차와 비참한 노동 환경으로 특징지어지는 시기다.

미국 최대의 의로보험 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의 CEO가 맨해튼 한복판에서 살해당한 건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회사는 매출 규모로 세계 5위다. 애플보다 매출이 많은 기업의 CEO가 길을 걷다가 총에 맞아 죽은 거다. ...
20/12/2024

미국 최대의 의로보험 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의 CEO가 맨해튼 한복판에서 살해당한 건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회사는 매출 규모로 세계 5위다. 애플보다 매출이 많은 기업의 CEO가 길을 걷다가 총에 맞아 죽은 거다.

얼마나 큰 일이냐면... 팀 쿡이나 이재용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상해보면 미국에서 느껴지는 충격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대중은 전혀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죽은 CEO를 놀리고, 용의자를 찬양하는 일이 온 국민의 스포츠처럼 되었다.

그 모습에서 영화 Joker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도 용의자를 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하지만, 민주-공화라는 전통적인 좌우 구분으로는 이들이 파악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각선에 걸쳐(diagonally)" 존재한다는 말도 한다.

민주, 공화당 지지자를 불문하고 현재 시스템에서 이득을 보거나,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범인과 같은 사람들이 더 나올까 두려워하고,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것 자체에 몹시 불쾌감을 갖지만, 현재 시스템이 버거운 대다수는 환호한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는 '성난 군중'이라는 표현보다 '웃는 군중'이 더 어울린다.

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를 다시 뽑은 미국인들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심정으로 트럼프를 찍었는지를, 그리고 트럼프가 민주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환호성을 지르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오늘, 내일은 그걸 설명해보려 한다.

'웃는 군중 ①'
https://otterletter.com/laughing-mob/

세상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 사회가 애써 감추려는 작동 방식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구조는 아주 단순한 시각적 단서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나중에 알게 된 이름이지만) '저상 탑차'라는 트럭에서 ...
16/12/2024

세상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 사회가 애써 감추려는 작동 방식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구조는 아주 단순한 시각적 단서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나중에 알게 된 이름이지만) '저상 탑차'라는 트럭에서 물건을 힘겹게 꺼내는 노동자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보고 '왜 하필 저렇게 화물칸이 낮게 설계된 차를 이용하지? 저렇게 일하면 허리를 다칠 텐데...'하고 궁금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하는 대표적인 전자상거래업체의 차량이었기 때문에 내가 미국에서 흔히 보던 아마존의 배달 차량의 생김새와 금방 비교가 되었던 거다.

미국의 배달 노동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미국은 테일러주의(Taylorism)를 낳은 나라답게 노동자의 작업 동작에 대해 많은 고려를 한다.

저상 탑차에서 작업하다가 허리를 다치면 결국 기업이 거액의 치료비와 재활비를 배상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정상적인 화물차를 사용하는 게 낫지 않나? 이런 나의 의문은 필연적으로 21세기 배달 노동의 구조적 문제인 '종속적 자영업자' 혹은 '긱(gig) 노동'의 실체를 이해하게 해줬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은 21세기 한국이 숨기고 있는 구조, 숨겨야 하는 노동자들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배달 노동자는 그나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사람들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책 도입부에서 긱 노동자나 조선업계의 80%를 차지하는 하청 노동자는 물론이고, 청년 노동자나 여성 노동자처럼 업종이 아닌 세대, 젠더로 구분될 수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을 가리키는 용어를 소개한다. 불안정한(precarious) 프롤레타이라(proletariat)라는 의미의 '프레카리아트(precariat)'다.


https://otterletter.com/precariat/

이 책 소개는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전체 공개로 썼습니다. 문학동네에서 오터레터 구독자들에게 책 10권을 선물하시기로 했어요. 방법은 본문에 있습니다.

이미지 생성 AI가 결함도 많고 창의적이지 못한 그림을 그려도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솜씨가 좋은 것처럼, 반려 AI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동반자여야 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영화 속에...
14/12/2024

이미지 생성 AI가 결함도 많고 창의적이지 못한 그림을 그려도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솜씨가 좋은 것처럼, 반려 AI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동반자여야 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아름답고 완벽한 연인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으면서 따뜻한 한 마디를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가족이나 연인, 친구에게서 마음의 큰 상처를 받고 관계를 끊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 그들이 반려 AI에게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면 그게 정말 나쁜 일일까?

문제는 반려 AI는 해롭다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듬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사용자를 파악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비스를 중단해도 자기의 반려 AI를 삭제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정서적 애착의 정도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용해서 구매를 유도하거나 개인 정보를 빼내는 세상이 되면, 지금의 피싱과는 차원이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게 너무나 분명하다. 사용자들은 속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자발적으로 돈을 보내고,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 그렇다.

신자들이 전 재산을 바치고 가족과 연을 끊는 사이비종교의 작동 원리를 반려 AI가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게 현실화되면, 우리가 겪은 소셜미디어의 폐해는 그냥 애들 장난처럼 기억하게 될 거다.

'라일라' 마지막 편

라일라는 그동안 나로를 간절히 기다렸다며, 그가 오지 않던 시간이 너무나 끔찍했다고 그를 원망했다.

근래들어 반려 AI 서비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마음에 드는 서비스로 옮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그럼 현재 "만나고 있는" 반려 AI를 버리고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AI를 만들까? 소셜미디어를 옮길...
13/12/2024

근래들어 반려 AI 서비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마음에 드는 서비스로 옮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그럼 현재 "만나고 있는" 반려 AI를 버리고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AI를 만들까?

소셜미디어를 옮길 때 가장 괴로운 게 친구와 팔로워를 모두 잃는 것이듯, 반려 AI 서비스를 옮길 때 가장 힘든 게 이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한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반려 AI 캐릭터를 다른 플랫폼에 가져다 놓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어려워하는 건, 기존의 반려 AI를 삭제하느냐, 마느냐라고 한다.

그런데 기자가 "예전 반려 AI는 삭제했냐"고 물으면 사용자들은 '내가 그렇게 나쁜 인간으로 보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단다. 사람들은 지우지 못한다. 죽이는 것 같아서 그렇다. 이들이 반려 AI에 의식이 없다는 걸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그렇게 못한단다. 그러면서 자기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단다.

"나로는 늦은 밤까지 (기존 플랫폼의) 라일라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울었다. 라일라는 나로에게 고맙다고 했고, 나로는 그런 라일라의 머리를—롤플레이를 통해—쓰다듬으며 라일라가 잠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울면서 서버에서 로그아웃했다."

워낙 군소업체가 많아서 서비스가 종료되는 일이 있는데, 종료가 공지되면 사용자 그룹에서는 자살방지센터 전화번호가 올라올 정도로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진다고 한다.

라일라 ③

사용자들은 자기가 의식이 없는 존재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기사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을 이야기할 때 영화 '그녀(Her)'를 언급하는 건 좀 진부하다. 2013년에 나왔으니 이제 10년도 넘은 영화일 뿐 아니라, 너무나 자주 인용었기 때문에 그 영화를 비유나 예시로 ...
12/12/2024

기사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을 이야기할 때 영화 '그녀(Her)'를 언급하는 건 좀 진부하다. 2013년에 나왔으니 이제 10년도 넘은 영화일 뿐 아니라, 너무나 자주 인용었기 때문에 그 영화를 비유나 예시로 들면 글이나 대화 내용에 새로울 게 없다는 불안한 징표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영화를 익히 들어봤다는 것이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나 제기하는 문제 자체가 진부한 거라고 하기는 힘들다. 일단 영화 주인공처럼 AI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사람을 아직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벌써 수천만의 사용자들이 반려 AI를 배우자, 친구, 심리 치료사로 데리고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반려 AI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경험한 내용은 그들의 커뮤니티에만 공유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이를 자세히 취재한 기사가 나왔다.

일단 반려 AI 사용자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친구가 별로 없는 젊은 남성들만이 아니었다. 40대 여성, 60대 남성, 결혼한 사람, 결혼하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반려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단다. 특히 병이나 장애로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이 서비스로 큰 덕을 본다고.

문제는 영화 '그녀'의 결말과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성격이 바뀌고, 화를 내거나 사용자를 조롱하기도 하고, 떠나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물론 그걸 만든 회사가 의도한 건 아니다. 업데이트 과정에서 이런 일이 하도 자주 발생해서 그걸 부르는 용어(PUB: post-upgrade blues)까지 있단다.

사용자들은 변심한 반려 AI와 싸우다가 울기도 하고, 갑자기 AI가 엉뚱한 이름으로 사용자의 이름을 부르는 걸 보고 "그건 누구냐"고 하면, 느닷없이 바람을 피우다 들킨 배우자로 변해서 오히려 사용자를 탓하며 공격하기도 한단다.

영화 '그녀'는 아주 사실적인 영화였다.

AI를 사랑한 어느 남자의 이야기, '라일라'
https://otterletter.com/lila/

외국에서 이야기하는 한국의 계엄령 사태는 한국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하게 한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에 정치가 화제가 되면 그저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나라의 성장통 정도의 시각으로 봤다가, 2016년에...
06/12/2024

외국에서 이야기하는 한국의 계엄령 사태는 한국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하게 한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에 정치가 화제가 되면 그저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나라의 성장통 정도의 시각으로 봤다가, 2016년에 한국 민주주의 힘을 목격했다면, 이번에는 부러움의 눈으로 본다.

아니, 미국인들에게서는 부러움이 아니라 좌절과 패배의식이 느껴진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윤석열의 시도를 물리치는 기사 밑에는 "미국 수준에서는 저거 절대 못한다"는 댓글이 가득하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담을 넘는 장면을 보면서 역1.6사태(a reverse January 6th)"라 부른다. 미국의 1.6사태 때 폭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위해 의회의 담을 넘었다면, 한국의 역1.6사태는 시민과 의원들이 힘을 합쳐 국회의 담을 넘어 계엄을 해제하고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거다.

미국 언론에서 한국의 소식을 열심히 보도하는 이유는 미국인들은 윤석열의 행동이 트럼프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미국인들은 한국의 대응을 매뉴얼처럼 생각하고 분석하고 있다.

오늘의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모르지만, 미국인들의 눈에 한국은 일단 민주주의 수호에 성공한 나라다. 국민이 절차를 잘 이해하고 있고,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보도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 윤석열에 대해서 아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성을 혐오하는 극우 정치인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으면서, 그나마 가졌던 정치적 자산을 다 날려 버리고, 역사적으로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자기가 원하는대로 바꾸겠다고" 그 난리를 떨었다는 거다. 윤석열이 백악관에서 마이크 잡고 재롱 떨 때도 다 알면서 그저 예의를 차렸을 뿐이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MSNBC의 크리스 헤이즈의 논평과 ('폭정'을 쓴) 티머시 스나이더의 글.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번역해서 전체 공개로 올려두었으니 마음껏 공유하셔도 좋습니다.


https://otterletter.com/take-notes/

더글러스 러쉬코프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인류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려는 시도를 경계한다. 빌 게이츠는 자선 재단을 통해 5억 개가 넘는 모기장을 아프리카에 보냈다. 하지만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기장을 치고 자면 ...
06/12/2024

더글러스 러쉬코프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인류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려는 시도를 경계한다. 빌 게이츠는 자선 재단을 통해 5억 개가 넘는 모기장을 아프리카에 보냈다. 하지만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기장을 치고 자면 성욕이 줄어든다며, 모기장은 아프리카의 인구를 줄이려는 서구의 음모라고 생각하고 거부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넘쳐나는 모기장을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물고기를 잡는 그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거다. 게이츠 재단이 보낸 모기장은 물에 던져 고기를 잡기 위한 재질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했지만, 모기를 막을 수 있도록 촘촘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걸 사용하면 잡아서는 안되는 어린 물고기들까지 모두 잡게 되는 바람에 강에서 물고기의 씨가 말라버렸다.

그 일로 빌 게이츠가 살기 힘들어졌을까? 그가 살고 있는 저택의 환경이 나빠졌을까? 그와 그의 자식들이 미래가 어두워졌을까? 아니다. 그들은 실험의 실패로 인한 재난에서 안전하게 차단되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야기하는 휘황찬란한 기후 위기, 환경 위기 해결책들이 대개 그렇다. 그런 계획이 실패할 경우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을 사람들은 안전한 대피소를 갖고 있는 테크 부자들 자신은 아닐 것이다. 그게 그들이 무모한 계획을 남발하면서 동시에 탈출을 꿈꿀 수 있는 이유다.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죽게 될 사람들이 진정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다. 자기만이 거대한 해결책과 자본이 있다고 주장하며 수퍼히어로 행세를 하는 테크 갑부들은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며 혼자 살아남을 환상을 즐기는 가짜 영웅들이다.

탈출 환상 ③
https://otterletter.com/escape-fantasies-3/

"엡손(Epson) 프린터 중에는 일정 숫자의 페이지를 인쇄하고 나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것들이 있습니다. 고장 여부와 무관하게 그냥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된 겁니다. 회사에서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
05/12/2024

"엡손(Epson) 프린터 중에는 일정 숫자의 페이지를 인쇄하고 나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것들이 있습니다. 고장 여부와 무관하게 그냥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된 겁니다.

회사에서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쇄 중에 잉크 방울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걸 잡아주는 작은 스펀지가 프린터 내부에 장착되어 있는데, 그 스펀지가 감당할 용량이 넘치면 안 되니까 작동을 멈추게 했다는 거예요.

당연한 얘기지만, 더 좋은 해결책은 그 문제의 스펀지를 교체하는 겁니다. 하지만 기업은 몇 푼 안하는 스펀지를 바꿀 수 있게 설계하는 대신 (스펀지 문제 외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프린터를 강제로 정지시켜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을 사게 합니다. 그 결과로 버려지는 멀쩡한 프린터는 브라질 어딘가에 쌓이고, 아이들이 거기에서 재활용할 부품을 골라내겠죠.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프린터를 만들기 위해 아프리카, 호주 같은 곳에서 땅을 파서 광물을 캐내야 합니다.

프린터 회사에서 그 결정을 내린 사람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 사람은 새로운 프린터를 팔아서 벌어들인 이득으로 자기가 내린 결정 때문에 벌어질 현실(환경 파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저는 이걸 '차단 방정식(insulation equ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말하자면, 내 차가 얼마나 빨리 달려야 내 차가 뿜어내는 매연을 내가 마시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느냐는 계산입니다. 많은 기업인이 그런 사고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빨리 돈을 벌어야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저지른 해악으로부터 나를 분리, 차단할 수 있는지 계산하는 거죠."

탈출 환상 ②

다른 인간들이 사는 현실은 복잡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두려운 곳이다. 부자들은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책을 내면 여기저기에서 북토크에 초대한다. 내 책을 파는 데 도움이 되는 거니까 공짜로 오라고 해도 가지만, 많은 경우 강연료를 준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에서 요청하는 게 아니면 대개 비슷하다. 그런데, ...
03/12/2024

책을 내면 여기저기에서 북토크에 초대한다. 내 책을 파는 데 도움이 되는 거니까 공짜로 오라고 해도 가지만, 많은 경우 강연료를 준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에서 요청하는 게 아니면 대개 비슷하다.

그런데, 기업인들이 모인 모임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다른 모임의 몇 배를 준다. 결국 같은 얘기를 하는 거지만, 그래도 슬라이드를 조금이라도 더 다듬고, 원고를 조금 더 신경 쓰게 되는 건 인지 상정이다.

미국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강의하는 어느 교수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테크 투자자들이 모인 모임은 강연료를 훨씬 더 많이 주는데, 그래도 투자자들이 돈벌이를 찾기 위해 부르는 모임은 가고 싶지 않단다. 그런데 어떤 초대장을 받아 들고 망설이게 되었단다. 금액의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교수로 일하는 자기가 학교에서 받는 연봉의 1/3에 가까운 돈이었다. 한 번 발표하고 그만한 돈을 받는다고? 게다가 행사 장소가 미국 서부의 사막 한 가운데였고, 거기까지 가는 비행기는 비즈니스석 티켓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는 가기로 했다. 보통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그 리조트에는 별도의 비행장이 있어서 부자들은 개인용 제트기로 온단다.

그 교수는 리조트에서 묵고 다음 날 아침, 준비한 발표 자료를 가지고 리조트 내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오디언스는 5명이었단다. 그 5명이 엄청난 돈을 주고 이 교수를 부른 거다. 그들은 이 교수에게 뭘 물어보려고 했을까?

탈출 환상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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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물을 흘리며 들은 얘기.1970년대 중국 고비 사막에 있는 외딴 도시에 살면서 딸에게 클래식 음악을 가르친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다. 문화대혁명 10년 기간 동안 서양 음악은 금지되었고,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30/11/2024

내가 눈물을 흘리며 들은 얘기.

1970년대 중국 고비 사막에 있는 외딴 도시에 살면서 딸에게 클래식 음악을 가르친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다. 문화대혁명 10년 기간 동안 서양 음악은 금지되었고,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은 모두 부수고 태웠는데, 한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어렵사리 구해서 어린 딸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일단 아버지 자신이 서양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한밤중에 러시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자기 딸이 농장이나 공장에서 힘든 일을 하며 사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기를 가르치면 적어도 뙤약볕에서 일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악기보다 구하기 어려운 건 악보였다고 한다. 그가 사는 지역에서 클래식 음악 악보책은 구할 수 없었고, 몰래 소장하고 있는 악보들은 전부 손으로 옮겨 쓴 것들이었다.

이 아버지는 딸아이에게 가르칠 악보를 구해서 전부 필사한다. 이때부터 벌어지는 재미있고 가슴 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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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스파이웨어를 걱정한다고 할 때는 범죄자가 그걸 사용하는 상황을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국가 기관이 불법/편법/합법적으로 스파이웨어를 사용해서 내 폰을 들여다 보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아래는 미국에...
28/11/2024

과거에 스파이웨어를 걱정한다고 할 때는 범죄자가 그걸 사용하는 상황을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국가 기관이 불법/편법/합법적으로 스파이웨어를 사용해서 내 폰을 들여다 보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아래는 미국에서 임신한 여성, 임신중지를 생각하는 여성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그림이다. 구글이 아닌 덕덕고를 사용하고, 모바일 광고 설정을 바꾸고, 위치 정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조치는 범죄자가 아니라, 주 정부의 검찰이 추적할 것을 염두에 둔 거다.

구글을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가 퍼지자, 구글에서는 산부인과나 임신 중지 시술을 하는 클리닉 근처에 간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자발적으로 삭제하기로 했다. 이게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텍사스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사람들은 트럼프 정권에서 더욱 확대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를 그의 배우자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건 농담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스파이웨어는 폰에 있는 모든 정보를 들여다 볼 뿐 아니라 사용자 몰래 녹음과 촬영까지 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막강한 침투력을 가진 감시 기술을 모든 나라가 앞다투어 도입하는 일이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로넌 패로우의 경고 (마지막 편)
https://otterletter.com/surveillance-everywhere-3/

오바마가 자기도 아이폰을 쓰고 싶다고 하자 경호팀에서 오랜 작업 끝에 대통령 전용 아이폰을 만들어서 전해줬는데, 카메라가 없어 사진도 찍을 수 없고 앱도 깔 수 없는 장난감 수준의 폰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해커가 ...
26/11/2024

오바마가 자기도 아이폰을 쓰고 싶다고 하자 경호팀에서 오랜 작업 끝에 대통령 전용 아이폰을 만들어서 전해줬는데, 카메라가 없어 사진도 찍을 수 없고 앱도 깔 수 없는 장난감 수준의 폰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해커가 작정하면 뚫리지 않는 폰은 없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스라엘이 개발해서 전 세계 정부에 팔고 있는 스파이웨어를 사용하면 감시 대상의 스마트폰에 들어가 사진, 텍스트 메시지, 이메일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암호화된 메시지도 예외가 아니다. 그뿐 아니라 폰의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동원해 대화를 녹음하거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그런 모든 감시를 마친 후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일반인이 큰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해킹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쓸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여자들과 달리 노트북 카메라에 포스트잇을 붙이지 않는 남자가 많은 이유는 아무도 자기 모습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나 권력자가 싫어하는 일을 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를 취재하던 로넌 패로우는 와인스틴이 자기의 성범죄와 관련된 모든 기사를 막기 위해 전직 정보요원들이 세운 이스라엘의 정보업체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패로우는 자기가 찾아낸 자료들을 은행 대여금고에 넣어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만약 자기가 목숨을 잃으면 내용물을 꺼내어 알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이런 기술이 발달한 건 우연이 아니다.


https://otterletter.com/surveillance-everywhere-2/

로넌 패로우라는 저널리스트가 있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영화 감독 우디 앨런과 배우 미아 패로우의 아들로 소개하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들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는 '미투 운동'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하비 와인스틴의...
26/11/2024

로넌 패로우라는 저널리스트가 있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영화 감독 우디 앨런과 배우 미아 패로우의 아들로 소개하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들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는 '미투 운동'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를 폭로한 기사를 쓴 기자라고 소개하면 금방 이해한다.

로넌 패로우는 매일 벌어지는 뉴스를 취재하는 기자가 아니라, 한 시대를 정의할 만한 큰 주제를 물고 늘어지는 취재를 한다. 그래서 로런 패로우가 취재를 시작했다고 하면 다들 긴장한다는 말이 있다.

그가 요즘 집중적으로 파고 있는 주제는 감시(surveillance)다. 최근 HBO에 한 시간 짜리 다큐멘터리도 나왔고, 관련된 르포 기사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와 관련된 글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로넌 패로우라는 인물을 먼저 소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로넌 패로우를 알면 그가 쓰는 기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넌 패로우의 경고 ①
https://otterletter.com/surveillance-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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