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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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보사 신학춘추입니다. 신학춘추는 그동안 장신대의 신문언론으로써 교내외 소식을 보도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매체의 발달과 주변환경의 변화로 인해 언론으로써...
21/12/2023

안녕하세요.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보사 신학춘추입니다. 신학춘추는 그동안 장신대의 신문언론으로써 교내외 소식을 보도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매체의 발달과 주변환경의 변화로 인해 언론으로써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신학춘추는 23년 2학기를 마지막으로 1년간 휴간후 조직 개편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신학춘추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51호  #11면  #미스바면11면, 신추문예 ‘ㄱㅇ‘ 기억 가을 겨울 구원 …한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인 가을과 겨울을 맞아 신학춘추에서 계절의 초성인  ‘ㄱㅇ’을 주제로 를 열었습니다. 다양한 내용으로 참여한 ...
14/11/2023

#151호 #11면 #미스바면

11면, 신추문예 ‘ㄱㅇ‘ 기억 가을 겨울 구원 …

한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인 가을과 겨울을 맞아 신학춘추에서 계절의 초성인 ‘ㄱㅇ’을 주제로 를 열었습니다. 다양한 내용으로 참여한 학우들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1) 가을의 이름 – 윤지선
나무는 톡 털어지는 이파리에
굳이 손을 뻗지는 않았지

보낸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함께하는 동안 늘 붙어 많은 것을 나누었다
넌 내 생명의 일부였다

그래, 그래도
온도가 이르고 해가 차오르고
바람이 불면 떠나게 되어있지

바람 한 번에
떨어지는 소리 내지도 않고
없던 자리처럼 되었다

내내 품었던 이파리를
미련없이 보내는
가을, 갈.
가을 이파리는, 갈 사람은
가는거지

그러라는 이름이겠지

그리고 오겠지
새로운 이름은 또 오지

2) ㄱㅇ과 ㄱㅇ 사이 - 송진실
10월의 마지막 날
나무는 냄새도 갈아입는다
지난날의 피운 나무에는
ᄀ과 ᄋ이 있었으니
가고 없는 이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남은 자들에게는
그날의 기억으로 가득해서
더 이상 ᄀᄋ이 없다
더 이상 ᄀᄋ이 없다
더 이상 ᄀᄋ이 없다

양보의 양보를 더해
한마음들어 올려 푸른 기염을 토한다
떨어지는 방울방울 사이
잘못 없는 구원이 10월에 서 있다

3) 겨울 – 우희수
문득, 말이야
살면서 나보다 내 이름을 너가 제일 많이 부르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남았으면. 아니 남지말고 계속 그렇게.
많은 것들이 다시 쓰여진 겨울.

무뎌지게 그저 굴려져 온 그대로 커져버릴뻔 했던 눈덩이를
모래도 털어내고, 묻어있던 나뭇가지도 떼어버리고 하얗고 동그랗게
그렇게.
털어낸 모래도, 떼어버린 나뭇가지도 모두 나의 것이라 품었던 미숙함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더라.

덕분에 내 것이나 내 것이 아닌 그 잔재들은 힘이 없는 과거로.
털어낼 때 묻어난 실수들은 앞으로도 생겨나겠지만 그래도.
문제가 문제가 아니게 만들어.
별 거 아닌 것도 별 거가 되게 만들어.
내 모난 부분을 가리기위해 보여줬던 반짝임을 힘이 없게 만들어.

노력하지 않아도 반짝인다고.
열심을 내지 않아도 이미 빛이 있다고.
너의 행동과 눈빛에 나를 다듬어가.

줄곧, 말이야
살면서 너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모든 순간의 하루끝에 부르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너의 곁에, 나의 곁에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 서로가 되어버리는.
그러자, 그렇게 하자.

4) 가을하면 너가 떠올라 - 백준규
🍁엔 그냥 아무 생각없이 🚶‍♂️ 싶다.
떨어지는 🍂 보며, 🍁 하나 집어서,
예쁘게 📷 찍고,
너랑 🍢🍢 먹으며,
🫂🫂 얘기 나누고 싶다.
그런 🙋 없을까? 🤷‍♂️
📔는 모르겠고,
떨어지는 🍂 보며,
🫧 불면서 너랑 하하호호 얘기 나누고 싶다.
이런 내 맘 넌 알겠니

5) 거울 – 현지훈

6) 기억 – 김종현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
국왕으로 이 땅에 오시었다

국욕이라 멸시받은 예수님
금언으로 멸시에 답하셨다

깊어가는 사랑이신 예수님
경이로운 십자가를 보이셨다

그 분이 우리 삶에 개입하고
그 분이 울 인생을 견인한다

그 분이 이 땅에 공의를 세우고
그 분이 이 땅에 구원을 주신다

이 주님의 기억
길이 길이 기억하리

7) 가을의 교정 – 김용남
가을이 물든 장신교정을 걷다 보면,
도토리 나무 아래로 가을을 입은 도토리 잎들이 내릴 때,
가을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바람은 서서히 소나무 향기를 불어넣고,
태양은 더 낮게 내려와서,
따스한 빛을 장신교정에 뿌려준다.

아차산 너머의 언덕은 노랗게 물들었고,
교정 한 켠에서는 감이 달콤하게 익었다.
빨갛게 익어가는 파라솔 그늘 아래에
학우들의 대화도 달콤하게 익는다.

가을의 은혜가 내리는 때,
나는 주님과 산책을 떠나고 싶다.
가을의 향기를 머금은 교정과 아차산을 거닐며,
주님과 함께 가을의 풍경에 빠져들고 싶다.

각종 나무 아래로,
발을 딛고서,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주님과 함께 가을의 풍경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

8) 기억하자 – 김부겸

사진1. 5) 거울-현지훈
사진2. 8) 기억하자-김부겸

 #151호  #8면  #인물면8면, 새민족교회와 옥바라지선교센터, 그리고 황푸하 목사본지는 새민족교회의 담임목사이고, 옥바라지선교센터를 통해 도시권 운동을 하고 있는 황푸하 목사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새민족교회...
13/11/2023

#151호 #8면 #인물면

8면, 새민족교회와 옥바라지선교센터, 그리고 황푸하 목사

본지는 새민족교회의 담임목사이고, 옥바라지선교센터를 통해 도시권 운동을 하고 있는 황푸하 목사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새민족교회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함께 새민족교회, 옥바라지선교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저는 새민족교회의 담임목사인 황푸하입니다. 부목사로서 사역 경력은 따로 없고 바로 담임목사로 안수를 받아서, 올해 봄 노회에서 위임목사로 위임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옥바라지선교센터’라고 하는 도시권 운동 단체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새민족교회는 올해로 37년된 교회인데, 1986년에 대안적이고 진보적인 신학운동을 하자는 문제의식 아래에서 태동하게 되었어요. 이후 1988년 즈음에 새문안교회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청년회가 해체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 청년들과 합쳐지게 되면서 지금의 새민족교회가 형성되었습니다. 현재 새민족교회에서는 현장기도회를 통해 사회참여도 많이 하고 있고, 교회 개혁을 위한 다양한 사역들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울타리를 넘는 연합 예배’라고 해서, 교단 내에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교회들을 엮어내고 연합하는 사역도 하고 있습니다.
옥바라지선교센터는 2016년에 서대문 형무소 앞에 있는 ‘옥바라지 골목’이라는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과 함께했던 재개발 투쟁을 계기로 만들어졌어요. 재개발이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강제집행을 몸으로 막고, 주거법이나 상가법 같은 법을 개정하고, 도시에 대한 권리를 조명하고 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명동재개발 현장이나 을지OB베어, 노량진 수산시장 등의 현장을 가고 있어요.

Q2. 새민족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시면서 근로계약서 작성을 먼저 교회에 제안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제안하게 되셨나요?

A2. 목사는 교회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근로계약서를 썼다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 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른 이유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 ‘목사의 노동’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목사가 교회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는 엄청나게 일을 하거든요. 노동의 의의를 세우고 싶었고, 어디까지가 이 교회에서 목사가 해야 하는 노동이고 직무인지, 목사의 휴일과 휴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Q3. 도시권 운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으신가요?

A3. 굉장히 많습니다. 한 번은 신대원생 시절인데, 옥바라지 골목에서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서 용역깡패들과 몸싸움을 하다가 채플시간이 됐어요. 현장이 어느정도 정리가 돼서 채플을 드리기 위해 학교에 왔는데, 재개발 투쟁과 관련된 기사들이 인터넷에 많이 실리다 보니 제가 현장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동기들이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어떤 동기 신대원생 분이 투쟁하면서 찢긴 제 옷과 가방을 살피더니 커피를 한 잔 주면서 “이제 그만해라. 이러다 너가 죽겠다.”고 걱정하면서 말하더라고요. 그때 고민을 해봤습니다. ‘내가 이러다가 죽는 건가?’ 그런데 제가 그곳에 가지 않으면 살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에 가지 않으면 오히려 죽을 것 같더라고요. 현장 속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과 함께 맞아주면서 아파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구원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겉으로는 제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러 가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제가 구원을 누리기 위해서 현장에 가는 것이거든요. 당사자나 연대인이 서로의 관계에서 구원을 주고 받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어요. 고난 속에서 구원을 발견하는 경험을 현장에서 많이 합니다.

Q4. ‘음악하는 목사’로도 유명하셔요. 현장에서도 음악을 통해 많은 위로를 주고 계시는데, 특별히 음악을 작곡할 때 영감을 받는 곳이 있나요?

A4. 계시가 와야죠(웃음). 저는 목회와 음악이 ‘예술적인 행위’라는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예술은 보이지 않는 실재를 사람들 앞에 표현해내는 행위인데, 그것을 표현하려면 실재에 대한 인사이트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거든요. 목회나 음악이나 하나님의 마음이 지금 어디를 향해 있는지 알아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뮤지션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음악가는 아름다움을 다루는 사람들인데, 그 아름다움을 다룰 때 사회의 아픔을 배제하면 그것은 거짓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목사로서도 똑같습니다. 강단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야기할 때 사회의 아픔을 배제하고 아름다움을 논하면 그것은 거짓말이죠. 스스로 사회의 아픔 속에 있는 심미적인 부분까지 담아내는 뮤지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현장에 갔던 것이고요. 예컨대 세월호에 대해서 이야기 하거나 노래할 때 그냥 뉴스를 통해 접한 소식이 전부가 아니라, 유가족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들의 아픔에 어떤 온도가 있고 정서가 있는지를 직접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현장에 가는 것이 어렵지 않잖아요? 비행기표를 사야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요.

Q5. 현장에서 투쟁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A5. 저는 학부를 성공회대학교를 나왔는데, 처음에는 선배들이 그냥 끌고 나갔기 때문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현장에 나갔습니다. 데모나 시위는 철없고 뭣 모를 때 처음 시작하게 된 거죠.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는 음악가로서 현장에 초대되고 노래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때도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뮤지션으로서 노래할 곳이 너무 귀했기 때문에 가리지 않고 현장에 나갔었죠. 그러다가 용산참사 현장에서 노래를 하는데 소위 ‘뒤통수를 맞는 경험’을 했습니다. 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깡패들이 왜 경찰 옷을 입고 있고, 왜 사람들을 집에 못 가게 만들고, 왜 죽이는지?’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면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6. 신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신학자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6. 저는 ‘도로테 죌레’를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근대에 신학이 정통주의 신학에서 자유주의 신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면 기존에 사용하던 종교 언어들이 모두 해체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것을 발견하게 돼요. 진보적인 신학생들은 이러한 자유주의 신학에 경도되어 있고, 보수적인 신학생들은 정통주의 혹은 신정통주의 신학에 머물러 있으면서 때로는 자유주의 신학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자유주의 신학은 19세기의 학문이지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신학이에요. 이런 부분을 극복해줄 수 있게 도와주는 신학자가 도로테 죌레라고 생각해요. 죌레는 본인이 자유주의 신학의 세례를 받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신학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의심의 해석학’이 진보적인 신학의 풍토에서 발견되던 방법론이라면, 죌레는 ‘배고픔의 해석학’이라는 것을 제시합니다. 성서는 배고픈 사람의 마음과 언어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고픔의 해석학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진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고 스스로 자축하는 동안에 정작 가난한 사람들은 한 명 더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꼬집습니다. 그러한 부분에서 죌레의 신학은 보다 더 ‘땅’에 닿아 있지 않나 싶어요. 자유주의와 정통주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목회의 탈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학자이지만, 그래도 번역된 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7. 끝으로 신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7. 먼저 ‘쫄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소위 진보적인 활동을 할 때 주변에서 “그것은 복음이 아니다”라던지,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여러분 또한 같은 상황에 있을 수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의 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사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이것이 지교회성을 특징으로 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우리 교단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트 사역자로서의 목회도 담임목사님처럼 하라’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사역하다보면 교회에 대한 회의감이나 냉소가 생기고, 교회를 깔보게 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러지 않기를 당부 드려요. 나와 반대 성향의 신앙을 가진 사람, 예컨대 근본주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모두 우리가 붙잡고 품어야 할 사람들이거든요. 한 명의 아이를 붙잡고 목회를 하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의 확신 안에서 목회를 하면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바이트생처럼 목회하지 않고, 담임목사님처럼 목회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또 목회를 가장 빠르게 익힐 수 있는 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사진1) 황푸하 목사
사진2) 새민족교회 위임예배
사진3) 옥바라지선교센터 현장예배(작가: 박김형준)
사진4) 울타리 넘는 연합예배

 #151호  #7면  #학술면7면, 기독교신앙과 정치(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교회의 과제: 간략한 해명과 제안들)1교회 혹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과제에 관한 질문은 교회의 오랜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한...
13/11/2023

#151호 #7면 #학술면

7면, 기독교신앙과 정치(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교회의 과제: 간략한 해명과 제안들)

1
교회 혹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과제에 관한 질문은 교회의 오랜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한국 교회의 경우 대체로 폭압적인 군사정부의 시기에는 교회가 정치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주도적이었던 반면, 비교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부터는 오히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면,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이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 하는 것은 더 이상 질문거리 자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하나의 개별 지역교회나 혹은 하나의 교단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방해도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별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교회 바깥에서 표명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하나의 지역 교회 혹은 전체 교단교회가 정치적 사안에 참여하고자 할 때는 무엇보다도 교회의 가장 우선적 과제인 복음에 대한 증언에 일치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학적 고려가 먼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동시에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가운데에서 하나가 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의 하나 됨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
교회가 정치적인 방식으로 참여하고자 할 때 주목해야 하는 또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경이나 교회 전통에 나타나는 낡은 관점을 오늘날의 사회에 일방적으로 적용시키고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도 바울은 권세자들에게 복종할 것을 그리스도인들에게 권면하고 있지만, 이것은 고대사회의 신분제도와 로마제국의 폭압적 지배라는 시대적 한계를 전제로 한다. 이를 망각한 채 성경의 일부 구절을 오늘날 정부에 대한 순종의 근거로 삼으려고 한다거나 혹은 거꾸로 저항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200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정치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에 교회가 참여하기 위한 방안을 참으로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질서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 먼저 선행되어야만 한다.
기실 정치(politics)란 단지 국가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여러 세력들 간에 이루어지는 투쟁이라는 협소한 의미로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본래 정치란 도시(polis)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공동 삶을 결정하기 위한 의사소통적 활동과 그 결과 이루어진 공동 삶의 질서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 합의된 공동의 정치질서란 바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데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고, 여러 조문들에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질서로서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교회가 기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자유민주주의 사이에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라는 개념은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정치철학과 ‘민중에 의한 지배’(demos+crat)라는 말이 합쳐진 말이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자유민주주의는 민중의 의견을 대표하는 대의정치와 그 실현을 위한 선거, 법률에 의한 통치, 국가권력의 분립 등과 같은 정치제도들을 통해 구현되기도 한다.
2
앞에서 우리는 교회와 자유민주주의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 질문하였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바르트의 정치관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바르트가 히틀러의 전체주의에 대해 저항하였다는 사실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그리고 종전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을 교회의 중요한 과제로 역설했다는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처럼 교회가 민주주의를 위해 애써야 한다는 바르트의 정치관은 그의 신학사상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귀결된 것이기 때문에, 바르트의 경우를 살펴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교회의 참여라는 과제를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바르트의 견해가 가장 직접적으로 진술된 글로는 『칭의와 법』(1938)과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시민 공동체』(1946)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 가운데 나타난 하나님의 은총의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지닌 교회는 민주주의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바르트는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한 일종의 “정치적인 하나님 섬김”(Gottesdienst), 즉 “정치적인 예배”라고까지 표현하면서, 그 구체적인 실천의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첫째, 교회는 시민들의 삶 속에서 ‘자유’가 구현되도록 추구해야 한다. 이는 교회 자체가 “하나님의 은총의 말씀과 사랑의 영을 통해 자유 가운데 하나님의 자녀로 불리움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이고도 세속적인 영역 가운데에서도 자유가 유사한 방식으로 현실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실천적 과제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모든 개별 시민에게 시민 공동체를 통해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으로서의 자유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 단지 시민 개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시민들 각자가 교육, 예술, 학문, 신앙 등 각각의 다양한 삶의 영역 안에서 스스로 선택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교회는 노력해야 한다.
둘째, ‘평등’ 역시 교회가 추구해야 할 정치적 지향점이다. 이는 교회가 “한 분 주님 아래에서, 하나의 영 안에서 받은 세례에 기초하여 동일한 신앙 가운데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한 분 주님과 하나의 성령의 지배 가운데 있는 교회 안에서 모든 개별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평등한 것처럼, 교회는 “모든 시민들의 자유와 책임의 평등, 즉 모든 시민들을 연합시키고 의무지우는 법 앞에서의 평등”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신분과 인종”에 따라 개인을 차별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고, 이를 통해 시민들 간의 평등이 실제로 구현되도록 교회는 노력해야 한다.
셋째,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이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연대적 돌봄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교회의 과제이다. 교회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아래를 바라보는’ 데 있다. 자유와 평등은 단지 정치적으로 선언되기만 해서도 안 되고, 투표권의 보장과도 같은 정치적 제도를 통해서 그저 형식적으로 보호받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경제적으로 연약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보호받도록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이들의 자유와 평등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자유민주주의의 주요 가치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하여 수립된 교회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들과 조화될 수 있고, 세속 사회 가운데에서 시민들의 삶 가운데에서 이러한 가치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회의 과제라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남은 과제가 있다. 과연 교회는 어떻게 그와 같은 실천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기본적인 틀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회의 실천은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들의 합의 가운데 수립된 헌법이념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가 성숙해지는 것을 지향해야 하며, 현실 정치 영역의 어느 특정 정파를 신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정당화하거나 지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교회의 정치적 실천은 정파적 분열로 인해 이미 갈등이 심각한 한국 사회 가운데 평화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어느 한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아야 하며, 오히려 이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자유민주주의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논의할 기회를 제공하는 큰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둘째, 개별 개신교 교단을 아우르는 큰 범위에서 혹은 전체 교단 차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여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을 연구하고 그 실현 방안을 법률과 정책적인 면에서 제안하는 초교단적, 초정파적 기구의 마련이 시급하다. 헌법학자, 정치학자, 정치인, 시민단체, 신학자, 목회자, 청년과 소수자 등 다양한 계층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의사소통적 기구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실천적 제안을 제시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결코 허황된 상상이 아니다. 독일의 전체 개신교 교회를 대표하는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에서는 전문가들과의 오랜 연구와 협의 끝에 이미 1985년에 「개신교회와 자유민주주의: 제안과 과제로서의 헌법국가」라는 문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책임적 실천을 교회의 과제로 제안한 바 있다.
셋째, 교회가 민주주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 기여하고자 한다면 교회 안에서 먼저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경험될 수 있어야 한다. 복음에 의해 개인이 자유롭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교회의 운영이 교회 내 권력으로 간주되는 안수 받은 사람들만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믿으면서 특정 성별이나 특정 연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를 지속시켜서는 안된다. 교회 안에서 먼저 민주주의가 경험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교회의 운영에 참여하여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의 확립이 시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당회제도를 철폐하고, 장년과 청년, 남성과 여성 등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동수로 참여하는 정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민해 볼 만하다.
넷째, 교회가 자유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정치 현실에 참여할 때 교회는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로비단체로서나 혹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신을 낮추어 스스로 사람들을 섬기는 종이 되신 분을 주님으로 섬기는 교회는 세상 위에 군림하려는 정복자로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교회의 현실 참여는 결코 신정정치를 복원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으며, 성경에 기록된 수천 년 전 팔레스타인 지역의 윤리를 오늘날 관철하려는 것을 목표로 해서도 안 된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라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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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정치참여는 개별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 보다 훨씬 까다롭고 예민한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과제라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보다는 이 어렵고 까다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교회가 함께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뜻밖에 더 큰 교회의 일치를, 세상 속에서 빛나는 등불로서의 역할을 새삼스럽게 재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대화가 사라지고 비난만 난무하는 정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포용하는 다름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면, 타인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애쓰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평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서로가 서로의 짐을 지어주는 돌봄과 연대가 가득한 세상을 위해 책임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어느새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상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증언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진 1. 이용주 교수님 사진

연세대학교(M.A/Th.M.)
장로회신학대학교(M.Div.)
하이델베르크대학교
튀빙겐대학교(Dr.Theol.)
숭실대학교 인문대학 기독교학과 조직신학 교수

사진 2. 추천도서 [편안한 침묵보다는 불편한 외침을] 새물결플러스, 2016

이 책은 위대한 신학자이자 정치윤리학자로서의 바르트의 삶을 연대순으로 살펴보며 성찰한다. 바르트는 계속해서 하나님 외에 ‘인간적’인 것이 절대화되지 않도록 불편하게 들릴지라도 시대의 양심으로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목청을 높이도록 도전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 문제와 정치 참여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자세를 돌아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외부의 매서운 비판에 움츠러드는 대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151호  #6면  #교계면6면, “주님, 고난받는 사람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드려진 추모예배)지난 10월 26일, 서울광장 앞 분향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
13/11/2023

#151호 #6면 #교계면

6면, “주님, 고난받는 사람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드려진 추모예배)

지난 10월 26일, 서울광장 앞 분향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기억, 추모 그리고 진실을 향한 다짐의 찬양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는 10.29 이태원 참사 100일이 지난 1월 30일에 출범해 지금까지 연대를 이어가고 있는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에서 주관했다. 비가 내렸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90여명의 예배자들이 함께 한 예배는 기독교인 희생자들이 좋아했던 찬양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희생자 최재혁 씨의 어머니 김현숙 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녀는 신앙을 이유로 술도 마시지 않던 아들이 참사 당일 회식 이후 동료들의 귀가길을 챙기고, 집으로 가는 길에 희생됐다며, “왜 내 아들을 데려가셨습니까?”라고 수없이 가슴을 치며 기도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온전히 제 역할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기도하면서 연대해주기를 부탁”했다.
이어서 나들목일산교회의 이진아 목사가 시편 10편의 본문에 ‘주님, 고난받는 사람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제목을 가지고 설교했다. 이 목사는 시편의 시인이 죄를 지은 자들이 “약자를 괴롭히고 하나님을 모독하고 활개를 치면서 자기 야심과 탐욕을 향해 질주하는 형국”에 “하나님은 지금 도대체 어디에 계시냐고 부르짖고 있다.”며, “도대체 왜 위로를 받아야 할 유가족이 모욕을 받고, 도대체 왜 피해자가 전국을 다니며 진실을 밝혀달라 호소”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우리 안에 사랑과 정의를 향한 갈망이 흐르고 있으며,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를 갈구하는 자들의 편에 함께하겠다 약속하셨다.”며, 시편의 시인처럼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참사의 진실은 무엇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가 밝혀질 때 진정한 애도가 비로소 시작될 것”이며, 시편 본문의 “주님, 일어나십시오. 하나님, 손을 들어 악인을 벌하여 주십시오. 고난받는 사람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를 외치고 설교를 마쳤다. 설교에 이어 NCCK인권센터의 이성철 목사는 “하나님, 찬란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피우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 아까운 생명들을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자식 잃은 어미와 아비에게 함께하시며 주님의 손길로 우리를 잡아주시옵소서. 십자가의 예수님이 그리하신 것처럼, 이 아픔을, 이 고통을 함께하는 사랑으로, 손 잡음으로, 위로의 말로 서로의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우리가 되게 하옵소서. 살아남았고, 살아있는 우리가 죽은 이들을 위로하며, 기억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이 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예배의 끝에는 희생자 최보람 씨의 유가족 최경아 씨가 신청한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찬양을 부르고,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송기훈 목사의 축도로 마쳤다.

13/11/2023

#151호 #5면 #사회면

5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형제여, 멈춰라

지난 10월 7일 오전 6시 30분 경. 하마스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침공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2014년 있었던 가자 지구 분쟁 이후 일어난 전면적인 전시상황이다.

10월 7일. 하마스가 “알아크사 홍수” 작전으로 6시 30분 가자지구에서 로켓을 발사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아이언돔의 로켓 격추 실패로 국경지대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방어군이 큰 타격을 입는다. 오후 4시에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현재까지 하마스의 공습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인해 양측의 사상자는 10,000명을 상회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뿌리 깊은 분쟁의 불씨들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 문제는 지난 한세기 동안 꾸준히 진행됐다. 1947년 11월 29일 UN에 통과된 팔레스타인 분할안은 팔레스타인 지역은 유대인국가와 아랍인 국가로 분리하되, 예루살렘을 국제 공동 관할 특별 지역으로두는 안건이었다. 유대인들의 환영과 달리 아랍인들의 거부와 불만을 샀던 이 결의안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내부에서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후 1948년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의 건국을 공식화며, 제 1차 중동 전쟁의 도화선을 당겼다. 1948년부터 1973년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은 아랍세계를 상대로 4차례에 걸친 전쟁과 수 차례의 소모전을 겪었다.

하마스는 1987년 아흐메드 야신이 설립하였고, 2006년에 의회선거 이후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슬람주의 정당이며, 무장 정파이다. 그동안의 로켓 도발과는 다르게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적으로 침투하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인근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피해가 있었다. 개전 당시 하마스의 여단 참모장 ‘모하메드 데이프’는 “오늘은 세계의 마지막 인종차별 정권인 이스라엘에 종지부를 찍는 위대한 혁명의 날”이라는 발언을 했다.

가자 지구는 2007년 이후로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 당했고, 육상과 해상의 통제로 인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2010년 5월 이스라엘은 국제구조선을 공격 및 나포하며,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 국제인권단체 등을 추방했다. 이로인해 UN은 가자 지구 구호를 포기하기 까지 했었다. UN은 가자지구 80%가 국제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자지구는 세종시와 비슷한 360제곱킬로미터 면적에 약 20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지구상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높은 인구밀도에 비해 열악한 거주 환경과 경제봉쇄로 인해 가자지구의 거주민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려 왔다.

이에 따라 전쟁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제각각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7일 “이스라엘을 인정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던 그 순간과 똑같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라고 말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 역시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NATO와 EU, 그리고 일본까지도 전쟁 직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은 하마스를 지지했다. 북한 역시 ‘로동신문’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했고, 지난달 14일 이스라엘군이 노획한 하마스 무기에 북한제로 보이는 탄두 등을 발견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하마스의 공습을 규탄했으나 공개적인 지지의사는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진정한 전쟁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심화되면서 이스라엘 지지국가들도 외교적 딜레마를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미국은 일시 교전 중단 요구를 했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고 가자지구의 난민촌과 병원을 포함하여 무차별 공격을 실시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11월4일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봉쇄를 목적으로 가자지구 북부에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가자지구 중부에서도 전투가 격화됐는데 이로인해 마가지 난민 캠프가 폭격을 당했고, 현지 통신사 ‘와파’는 50명이 넘는 사상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이 발발한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9,4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가운데 어린이는 3,9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민간인 피해가 극심해짐에 따라 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현재 가자지구의 피란민이 150만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어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피란민들의 정신적 피해와 수도 및 위생 등의 시설 문제가 심각하며, 이는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이스라엘은 자발리야 난민캠프 공습하였고, 하마스는 민간인 포로를 사살하고 크자르 아자에서 40명 이상의 영아들을 비롯하여 학살을 벌였다. 이렇듯 곳곳에서 국제사회의 비난과 공분을 살만한 전쟁 범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하마스가 전쟁범죄는 이스라엘의 선동이라 주장하자 이스라엘측은 외신기자들에게 직접 촬영한 하마스의 학살영상 등을 공개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교회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터뷰를 통해 “두 국가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힌바 있으며, “전쟁은 항상 패배하며, 인류 형제애를 파괴한다.”며 “형제여, 멈추라.”고 말했다. 미국 남침례교 윤리 및 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 브렌트 레더우드는 “전쟁의 한가운데에 무고한 희생자들이 있으며 그들에게는 우리의 긴급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선교연대(EMS)는 기도와 후원을 요청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PCK)는 기독교선교연대의 회원으로 가자지구 아홀리 아랍병원을 위하여 2만 유로를 지원했다.

 #151호  #2면  #보도면 2면, 신학대학원 영어 배점 폐지, 심층면접 강화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본교’) 신학대학원 일반전형의 영어 평가가 폐지(배점 삭제)됐다. 본교는 2024학년도 일반전형부터 영어를 ...
13/11/2023

#151호 #2면 #보도면

2면, 신학대학원 영어 배점 폐지, 심층면접 강화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본교’) 신학대학원 일반전형의 영어 평가가 폐지(배점 삭제)됐다. 본교는 2024학년도 일반전형부터 영어를 폐지한 대신 심층면접의 배점을 상향 조정해 강화한다. 이와 관련해 본교는 "신학대학원에 입학할 지원자의 목회자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과 사명감, 목회현장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목표의식 등 지원자의 내면 중심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아 미래 목회현장의 우수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전형 고사과목 배점 및 기본점수 변경

*영어 배점 폐지, 심층면접 배점 상향(100점 > 150점)

 #151호  #1면  #보도면1면, 그대들은 어떻게 종교개혁 할 것인가(종교개혁 506주년 학술제 및 기념행사 진행돼)지난 25일과 26일,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본교’)에서 506주년 종교개혁제가 개최됐다. 이...
13/11/2023

#151호 #1면 #보도면

1면, 그대들은 어떻게 종교개혁 할 것인가(종교개혁 506주년 학술제 및 기념행사 진행돼)

지난 25일과 26일,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본교’)에서 506주년 종교개혁제가 개최됐다. 이번 종교개혁제에서는 여러 강의, 학술제가 진행됐고 다양한 동아리의 먹거리 부스와 푸드트럭이이틀간 본교 미스바 광장을 채웠다.

이번 종교개혁제는 다양한 분야의 특강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학부 총학생회는 ‘바로 알고 바로 믿고 바로 살자’를 주제로 이단 특강을 진행했다. 본교 그린캠퍼스에서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를 주제로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의 아로마티카를 초청해 브랜드의 역사와 진행해온 캠페인 그리고 기업 단위의 ESG를 특강했다. 특강에 이어 아티스트 ‘나들’과 뮤지컬 배우 ‘효은’을 초청해 그린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각 동아리가 주관한 특강과 학부 기독교교육과의 학술부 기조발제가 진행됐다.

미스바 광장에서는 본교 각 학우회와 학생회의 주관으로 25일 정오부터 5시까지 동아리, 학생회, 학우회 부스가 운영됐다. 각 부스에서는 부침개, 떡볶이, 순대 등 각종 음식부터 솜사탕, 와플, 추억의 뽑기와 같은 디저트까지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을 진행했다. 부스 운영 이후에는 미스바 광장 야간 개장이 이어져 동아리 찬양밴드의 공연이 셀러브레이션과 함께 진행됐다. 또한, 종교개혁제 이튿날인 26일에는 본교 그린캠퍼스의 주관으로 푸드트럭이 나섰다. 푸드트럭에는 타코야끼, 핫도그, 츄러스와 커피 등이 제공됐으며, ‘종교개혁제 환경 챌린지’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지구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주최했다.

한편, 본교 학술지원처 주최, 교회사연구부의 주관으로 제20회 종교개혁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개혁교회의 신앙고백과 실천(목회)’을 주제로 본교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진행됐다. 이치만 교수(본교 역사신학)의 사회와 학술연구지원처장 김은혜교수(본교 기독교와 문화)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박경수 목사(본교 역사신학)의 ‘16세기 프로테스탄트 교리문답에 대한 비교 연구: 후프마이어, 루터, 칼뱅의 교리문답을 중심으로’, 안교성 교수(본교 역사신학 은퇴)의 ‘우리의 믿음 어디서 왔나? 한국개혁교회의 신앙고백의 역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을 중심으로’, 조용선 목사(온무리 교회)의 ‘21세기 교리무답과 세례, 성찬’을 주제로 발제가 있었다. 각 발제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고, 발제를 마친 뒤에는 기념촬영이 있었다.

종교개혁제 학우 소감들
홍다혜(기교과·3):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화되고 처음 경험한 종교개혁제 축제였다. 기독교교육과 학생회로서 축제 부스 운영에 참여했다. 미스바 광장에 모여 모든 학우들이 함께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놀이, 그린콘서트 등 다양한 축제를 경험하는 모습을 보니 캠퍼스의 활기를 다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또한 '기교과 대신 전해드립니다' (일명 기대전) 부스로 참여하면서 서로에게 그동안 전해지 못했던 말을 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 날씨였지만 따스한 마음들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윤혜연(신학과·3): 종교개혁제 첫날, 저는 비전워십 밴드와 함께 버스킹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움츠러든 일상을 벗어나 회중들과 함께 미스바 광장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과 그린콘서트를 함께 즐기며 활기 가득 찬 장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감사한 종교개혁제였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익명(기교과·2): 이번 종교개혁제에서 동아리로서 부스를 운영하면서 인상적인 경험을 얻었습니다. 부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다른 관점에서 시작되는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들이 부스 운영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최동빈(신대원·1): 미스바 광장이 온통 떠들썩했던 종교개혁제! 학부를 졸업하고 신대원을 이어 다니면서 우리 학교 축제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 종교개혁제는 뭔가 달랐다. 학부 총학생회와 각 과 학생회, 신대원 학우회와 기숙사 사생회, 여러 동아리까지 나서서 운영한 다양한 부스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흥겨웠던 콘서트도 축제의 즐거운 분위기를 한껏 고양해 주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사생회에서 운영했던 부스였다. 미스바 광장이 아닌 학생식당과 영성생활관 사이에서 진행되었던 해당 부스는 다트 다섯 발을 주고 다섯 개의 풍선 중 몇 개나 터트리는지를 경쟁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까지도 풍선 다섯 개를 다 터트린 사람이 없었는데, 기숙사에 들어와 쉬던 중 엄청난 함성이 들리는 것을 통해 결국 다섯 개를 모두 터트린 이가 나타났구나를 직감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부스 운영을 종교개혁제 양일이 아닌 하루만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부스가 축제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배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에 내년 개교기념제와 종교개혁제에서는 축제 기간 양일 모두 부스 운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창기(신대원·3): 이번 종교개혁제 부스에 장신대사회선교모임 구성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교내 중증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설치를 위해 학생들의 서명을 받고 간단한 다과를 나눠드렸습니다. 많은 분이 장신대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있어서 우수등급을 받았지만,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는 데 공감해주시고 서명으로 동참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법 너머에 있습니다. 우리의 기준은 세상법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야 합니다. 매년 지내는 종교개혁제가 그저 형식적으로 보내는 절기가 아니라 교회와 신학교 내 개혁되어야 할 오늘날의 과제가 무엇인지 진중하게 살피고 행동으로 옮기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1] 학우회 관계자들과 학우가 부스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150호  #12면  #탐방면12면, 슬기로운 가을생활,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우리나라 속담 중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 없이 다 변하게 된다...
26/09/2023

#150호 #12면 #탐방면

12면, 슬기로운 가을생활,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우리나라 속담 중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 없이 다 변하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역사다. 역사는 그 시대의 흥겨움과 아픔, 고민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늘 우리에게 말을 건네 온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역사에 몸을 기대곤 한다. 이것이 우리가 박물관을 찾는 묘미 중의 하나다. 우리 가까이에도 한국기독교의 역사와 민족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어 다녀왔다. 바로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이다.
한국기독교박물관은 숭실대학 출신의 장로교 목사이자 고고학자였던 故김양선 교수의 일생에 걸친 열정과 그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설립되었다. 한국기독교박물관은 국보 제141호 , 국보 제231호 , 보물 제569호 , 보물 제883호 등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한 약 1만 600여 점의 한민족 및 한국기독교 관계 자료와 유물을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대 중국과 로마 시대의 유물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경교 돌십자가
경교는 선교사 알로펜에 의해 전해진 그리스도교 종파의 하나인 ‘네스토리우스(Nestorius)파’ 를 말한다. 경교는 7세기 중국에 전래된 후에 크게 유행하였고, 이후 통일신라와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 불국사에서 발견된 십자가 형태의 돌십자가는 8~9세기 무렵 경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다.

누가복음
한국 개신교는 세계 선교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선교사가 공식적으로 입국하기 전에 이미 ‘한글’이라는 모국어로 된 성경을 번역, 출판하였기 때문이다. 1882년 의주 상인인 서상륜 · 이응찬 · 백홍준 등이 만주에서 로스 · 매킨타이어 목사를 만나 공동 번역한 누가복음은 한글로 펴낸 최초의 성경이다.

찬송가
한글 성경이 널리 보급되면서 1880년대 초부터 만주와 한반도에 신앙 공동체가 만들어졌고, 초기 한국교회는 빠르게 성장했다. 이와 동시에 예배에 필요한 찬송가가 필요하게 됐고, 그렇게 탄생한 한글 찬송가는 교인들의 신앙심을 키워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근대 서양 음악이 우리나라에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됐다. 장로교회에서 불렀던 찬송가는 악보 없이 가사만 적혀있는 특징이 있다.

신학지남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총회를 조직하여 한국 교회조직의 뿌리를 이뤘다. 이러한 교회조직은 정식 신학교육 및 주일학교 운동 등의 발전으로 그 토대가 더욱 강화됐다. 평양 장로회신학대학교는 1918년 3월부터 월간으로 신학잡지인 「신학지남」을 발간하여 변증학, 조직신학, 성경신학 등에 관한 논문을 수록했다.

미시파
일제의 강압적인 무단정치에 맞서 한국인들은 거족적인 3·1운동 등 항일 민족운동을 꾸준히 전개했고, 이러한 민족운동이 밑거름이 돼 감격스런 8·15 해방을 맞이하게 됐다. 기독교박물관에는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3·1운동과 임시 정부 및 일제의 독립운동 탄압관계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대한민국 국기와 고린도전서 3장 20절을 새긴 자수에서 ‘공의’ 혹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되는 히브리어 ‘미쉬파트’가 눈에 띈다.

안중근 의사 유묵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민족독립을 소망하며 쓴 글씨이다. 현재 보물 제569호이며, 손도장을 보면 약지 끝마디를 잘라 피로 국가 독립을 맹세하였기 때문에 약지와 새끼손가락의 길이가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장로회신학교 학우회보. 장로회신학교 요람
박물관에서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모체가 되는 장로회신학교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에 있는 회보는 조선예수교장로회신학교의 재학생들이 조직한 학우회의 회보 제1호이다.

박물관 이용안내

관람시간 : 오전10시~오후4시(월~금요일), 오전10시~오후2시(매월 셋째주 토요일), 공휴일 휴관
관람료 : 무료
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상도로 369(상도동)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전화 : 02-820-0752


사진1) 한국기독교박물관

사진2) 경교 돌십자가

사진3) 누가복음

사진4) 찬송가

사진5) 신학지남

사진6) 미시파

사진7) 안중근 유사 유묵

사진8) 장로회신학교 학우회보, 요람

26/09/2023

#150호 #11면 #미스바면

11면, 이상조기념도서관 이용 후기 공모전(새로워진 도서관에 대한 학생들의 이야기)

1) 복음의 촛대로 준비되는 시간을 위하여
– 새롭게 단장한 이상조기념도서관을 바라보며 (202231213 정민혁)
신학함의 시간은 나 자신을 성령의 기름으로 타오르는 복음의 촛대(מְנוֹרָה)로 준비시키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촛대로써 스스로를 정성스레 빚어내되, 한편으로 그 환한 불꽃의 빛남을 잘 감당할 향유의 영성을 속사람 가운데 가득 채우는 시간이다. 이는 예수를 바라보기 위해 돌감람나무(συκάμινος-שִׁקְמָה, 눅 19:4)에 오르는 간절함으로, 또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 그의 옷자락을 향해 손을 뻗고자 하는 갈급함으로 다가서는 독서와 기도, 그리고 이를 통한 성찰과 실천으로 장식되는 나날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간들이 곧 촛대를 밝힐 금기름으로, 그 기름이 흘러모여 채워지는 관(슥 4:12)으로 오롯이 예비됨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잘 준비된 촛대가 기름을 받아들이며 온전히 서 있는 한, 그 촛대가 피워올리는 복음의 등불은 영원토록 꺼지지 않게 될 것이다.
악인들의 빛이 꺼지게 되는(욥 18:5; 잠 13:9; 24:20) 소식들이 온 땅을 덮을 때, 조용히, 그렇지만 견고하게 준비된 복음의 촛대는 마침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등경 위에 놓여 비로소 세상을 밝게 비추게 될 것이다. 때문에 눅 11:35에서 예수께서는 우리 속에 있는 빛이 어둡지 아니한가 살피라고 권면하신다. 그 빛은 나를 향한 주님의 사랑과 은혜의 증표만이 아닌,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과 세상을 섬기기 위한 선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마 5:15 ; 눅 8:16 ; 막 4:21).
쾌적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이상조기념도서관, 그리고 가지런히 자리한 서고들이 가져다주는 풍성함을 누리며, 하나님께서는 귀한 신학함의 자리로 잃어버린 양 한 마리와 같은 이 작은 자 하나를기꺼이, 그리고 여전히 기쁘게 초대하고 계심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빛내며 아름드리 금촛대로 찬란히 서 있는 뭇 믿음의 선진들이 앞서 걸어갔던 그 좁은 길들 또한 조용히 떠올려본다. 하나님의 초대는 ‘그 길, 그대 또한 내리 걸어가거라!’ 친히 손 내밀어 붙잡으며 권하시는 영화로운 부르심임을 바라보며, 오늘도 복음의 촛대로 스스로를 준비하고 있는 장신공동체 학우들을 위한 주님의 친밀한 격려와 이끄심이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새롭게 단장한 이상조기념도서관을 통해 복음의 촛대로 준비되는 신학함의 시간들이 더욱 견고하고 풍성해질 수 있기를 원하며 오늘 하루, 학교와학우들을 위한 작은 중보의 단을 쌓는다.

2) 부활 (201902049 조주안)
나는 우리 시대의 거룩한 성인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성자는 무덤에서 사흘 만에 나오셨다는데
그들은 너무도 긴 시간을 누워서
신의 기약 없는 은총을 기다렸다
습한 어둠 사이로 떠다니는 먼지 사이로
그렇게 누워있었다

죽은 이들이여 우리 시대도 당신들의 시대와 별 다를 바 없다오

귀 기울이는 새벽에 끝없는 무덤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세밀한 음성
상고부터 울려오는 모든 피조물들의 소리
부활은 죽은 자들의 영원하고 불멸한 소망

깨어라 우리는 일어나리라

비로소, 무덤이 열리고 당신들이
우리 시대의 나사로와 유두고와 과부의 아들들이 걸어나온다
오래 묵은 시체를 덮었던 세마포를 든 채로

죽은 이들이여 우리 시대는 당신들의 시대보다 나아졌나요

나는 우리 시대의 거룩한 성인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마른 뼈가 살아나고 살이 다시 움직이고 뛰며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비로소, 죽은 것을 다시 일으키는 시대의 죽었던 것들

3) 숨의 장소, 도서관 (202330179 문무성)
언제나 도서관은 ‘숨’의 장소입니다. 새롭게 거듭난 이상조 기념 도서관은 더더욱 숨의 장소여야만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서관이 숨의 장소라니요? 그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이는 숨을 통해 장신대 도서관이 가진 공간적 정체성에 대해서 사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가장 먼저, 도서관은 ‘숨소리만 들려야 마땅한 공간’입니다. 간단히 말해 정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도서관에서는 큰 소리를 내는 일은 부디 자제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화해야 합니다. 책과 함께 호흡하는 숨소리의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둘째, 도서관은 ‘한숨짓기도 하는 공간’입니다. 탈바꿈한 우리 도서관 곳곳에는 지난한 신학 텍스트들과 씨름하거나 다사다난한 교회 사역에 도움이 되어줄 책들을 꿰뚫듯 노려보는 신학생들이 벌써 많습니다. 그들의 폐부 깊은 데서부터 내쉬어지는 찌뿌둥한 한숨은, 도서관에 없어서는 안될 하나의 백색 소음입니다. 그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그리스도인의 영혼의 성장을 위해 내뱉는 고뇌와 노력의 숨입니다. 모름지기 도서관은 매일 같이 독서하고, 사색하며, 많은 한숨을 내뱉는 이들을 통해서 활기를 얻는 법입니다.
셋째, 도서관은 ‘숨표와 같은 공간’입니다. 악보에서 쉼표는 “여기서는 무조건 노래하거나 연주하지 말고 쉬어라!”라고 분명하게 명령하지만, 숨표는 그런 명확한 중단의 지시기호는 되지 못합니다. 다만 숨표는 “숨을 잠시 돌릴 거라면, 이곳에서 돌리는 것이 좋아”하고 말해주는 기호입니다. 도서관도 딱 숨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도서관은 책을 읽기 위한 공간이지 결코 쉼을 제일 목적으로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서관만큼 마음 편히 쉴만한 공간도 달리 없습니다. 편하게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들을 곳곳에 비치한 새 장신대 도서관은 학우들에게 숨표의 역할을 하는 도서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넷째, 도서관은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은 머나먼 사색과 고민의 여행길을 걸어가기 위한 힘을 기르는 영혼의 체력단련장과 같습니다. 그리고 모름지기 단련이란 매일매일, 무엇 하나 빠지는 데 없이, 노력과 성실로 하루하루를 지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사람이 단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후다닥, 단숨에 쌓아 올릴 수 있는 위대한 공적은 없습니다. 저는 새로워진 도서관에서 매일 같이 신학 연구에 매진하며 ‘단(單)숨에’가 아닌 ‘장(長)숨으로’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도서관은 무엇보다도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도서관이기에, ‘말씀을 듣는 공간’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말씀’이라는 우리말을 다석 류영모 선생은 ‘말숨’으로 바꾸어 썼습니다. ‘말’이 우리의 얼(정신) 안으로 드나들면서 일으킨 생각을 ‘숨’과 함께 내뱉을 때 비로소 그것은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말-씀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말씀(말숨)으로 말미암아서 사는 것입니다. 언제나 여호와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주시는 말씀, 곧 성경의 말씀이 저희의 숨이 됨을 고백하는 우리는 우리의 도서관에서부터 이 말씀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수많은 신학 서적을 읽으면서 성서 말씀을 더욱 잘 들이마시고 잘 내뱉기 위한 훈련과 같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제자들을 향해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하셨으니(요 20:22), 저희는 성령으로 숨 쉬며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혹시 무언가 빠뜨린 것이 있습니까? 또 어떤 공간적 정체성이 등장할 수 있을지, 적어도 저는 더 생각해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모든 학우, 곧 여호와 하나님께 ‘목-숨’을 의탁한 저희가 다시금 새로워진 이상조 기념 도서관에서 기른 힘으로 한국 교회에 새로운 공간적 정체성을, 새 숨을 불어넣게 될지를… 누가 알겠습니까?

4) 신학춘추 사행시 (202331057 김진경)
신 - 신문물로 공부하는 요즈음….
학 - 학교에서는 수많은 전자기기들이 펼쳐진다.
춘 - 춘거(봄으로 돌아감)하는 마음으로, 전자기기 없는 나는, 봄내음 따라간 곳에 새 옷 입은 도서관을 보았다.
추 - 추가시간은 없는 것일까? 축구경기처럼… 도서관만큼은 마감 시간이 없었으면 한다. 새 옷 입은 도서관에 더 머무르고 싶다.

 #150호  #8면  #인물면8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녹색은총,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사무국장 본지는 최근 중요한 생태환경문제로 떠오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와 관련해 문제를 진단하고, 신학적...
26/09/2023

#150호 #8면 #인물면

8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녹색은총,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사무국장

본지는 최근 중요한 생태환경문제로 떠오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와 관련해 문제를 진단하고,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사무국장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 자기소개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이하, ‘기환연’)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임준형입니다. 기환연은 1982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단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한민국 안에도 환경문제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외국교회들의 지원 아래 ‘한국공해문제연구소’라는 이름의 초교파 단체로 출발했고, 이후에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기독교환경운동연대’로 재편됐습니다.지금은 기독교 내부를 중심으로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현재 기환연에서는 교회를 어떻게 하면 생태적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녹색교회 사업’이나, 생태신학과 관련된 정보들을 생산하고 관련된 공론의 장을 만드는 연구 업무, 회원 교회들이 생태문제에 동참하도록 독려하는 일 등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환경 관련 의제가 생기면 모든 현장문제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시민 사회에 있는 여러 환경 단체들과 연대하는 일, 한국 기독교 안에서 환경문제를 어떻게 이슈화 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일, 환경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성명서를 쓰는 등의 업무를 합니다.

- 근래 이슈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핵발전소는 물이 순환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거대한 보일러와 같은데, 연료가 석탄이나 석유가 아니라 강력한 핵분열에너지인 겁니다. 그래서 핵발전소는 물을 끓여서 터빈을 작동하는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열을 전기로 전환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에 지진 해일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덮치면서 발전소가 기능정지 상태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냉각수 공급이 안되면 핵분열 반응이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핵발전소가 터지면서 폭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핵발전소와 핵폭탄은 사실상 다른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한 번에 하나씩 핵분열이 일어나게 만들면 핵발전소이고,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해서 강한 폭발력을 만들면 핵폭탄이 되는 겁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사고 당시에 냉각수 공급이 안되면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문제는 폭발이 일어나면서 안에 있던 연료봉이 녹아 내렸는데, 이 연료가 땅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지하수나 바다로 흘러가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아 내린 연료봉이 있는 자리에 계속해서 물을 붓는 해결책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녹아 내린 연료봉 안은 탄소-14, 요오드, 세슘, 플루토늄 등의 방사성물질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는 상태입니다. 부은 물은 연료봉 안에서 그 방사성물질들과 맞닿게 되기 때문에 아주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이 됩니다. 굉장히 심각한 오염수가 되는 겁니다.
일본의 주장은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이하, ‘ALPS’)이라는 정화장치를 통해서 그 오염수를 과학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인데, ALPS는 그 성능에 대한 검증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그래서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확인이 되지 않은 장치입니다. 더불어 ALPS는 이미 이전에 여러 번 고장이 났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장을 어떻게 조치했고 해결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일본 정부에서 부은 물이 핵발전소를 통과하면서 자갈, 모래 등과 섞이기 때문에 필터 자체의 성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말 제대로 검증하려면 IAEA나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검증 절차를 개방해주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이러한 사실들을 계속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신뢰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더불어 그들의 주장으로는 다른 방사성물질은 걸러내도, ‘삼중수소’만큼은 물과 똑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ALPS로 걸러낼 수 없다고 합니다. 삼중수소는 물처럼 몸 안에서 순환을 합니다. 인체 안에 들어간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12일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되면 다행이지만, 몸 안에 있는 세포와 결합하면 큰 문제가 됩니다. 방사성물질은 세포 안에 있는 DNA까지도 손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암을 유발하게 되는 겁니다. 핵발전소 주변에는 항상 삼중수소가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소변을 검사해보면 삼중수소가 검출됩니다. 심지어는 세포가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방사성물질이 더 치명적인 어린 아이들에게서도 검출됩니다. 실제로 핵발전소 10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암 발병률은 1.5~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늘 “기준치 이하”라는 말로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지만, 여기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고, 도리어 적은량의 방사성물질이라도 몇 십 년간 지속적으로 피폭을 당한 사람의 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돼있는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도 방사성물질을 모두 처리했고, 걸러내지 못한 삼중수소도 기준치 미만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이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피폭을 당하면 무슨 소용인지에 대해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괴담’이라고 표현하는데, 실상은 직접 검증하지도 않았으면서 “안전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말이 괴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이번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신학적 성찰을 할 수 있을까요?

성서는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든 생명이 하나님으로부터 왔으며 하나님 안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지금도 하나님 안에 있는 그 피조세계를 이렇게 파괴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우리 신앙의 출발점인 ‘창조신앙’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문제가 잘못됐다는 결론이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진행한 기독청년 기후정의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장윤재 교수님이 강의 중에 하셨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의 명령에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이 있었는데, 창세기 9장의 노아 홍수 사건 이후에는 그 구절이 사라집니다.인간이 악한 존재임을 보시고 심판하신 이후에는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을 하지 않으셨다는 겁니다. 이전까지는 하나님께서 계약당사자인 인간들에게 피조세계를 관리하라고 명령하셨다면, 노아 홍수 사건 이후에는 인간과 더불어 인간 곁에 있는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계약당사자가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조세계 안에 존재하는 환경문제는 대부분 인간의 손에 의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생태계’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사실 우리가 삶 속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 중에는 우리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간이 단순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도 커피에서 커피나무가 자라야 하고, 커피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땅이 비옥해야 하고, 땅이 비옥하게 되기 위해서도 그와 관련된 수많은 피조물들의 역할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 자연순환의 시스템을 만든 것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자연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스스로 창조하지 못하고 ‘주어진 피조세계 안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창세 때부터 인간은 ‘녹색은총’을 경험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에는 이 ‘녹색은총’이 있기에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이 그 사실을 망각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문제와 같은 용서받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이번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개교회와 신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은 이미 방류가 이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저희도 계속해서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환연의 경우, 기환연이 포함되어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한국교회 연대’에서 활동도 하고 있고, ‘전국NCC지역협의회’의 주관으로 부산에서부터 전국을 순례하고 서울로 올라와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마무리 기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후쿠시마 핵사고를 계기로 결성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를 통해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기도회를 이어왔습니다.
사실 이번 문제는 정치적 이념에 갖혀서 바라볼 문제도 아니고, 우리 자신과 이웃생명들의 건강 및 안전한 삶과 관련된 일인데 우리 사회 안에서는 계속해서 정치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신학생들의 경우 신학교의 학생인 동시에 교회에서 교역자의 자리를 겸하는데, 교역자들은 모두 교회 안에서 누군가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신학생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관심있게 공부를 하면서 개교회 안에서 신학적으로 교육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모여진 시민의 힘은 최고 권력자로 여겨지는 대통령도 자리에서 끌어내릴 정도의 강력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환연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속적으로 글이 올라오고 있으니 관련된 일들에 많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1. 임준형 사무국장)
(사진2. '전국NCC지역협의회'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도보 순례)
(사진3.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의 현장 기도회)

Address

광장로 5길 25-1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 소양관 103호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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