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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필수 준비물은 물, 깔개, 보조배터리, 여행용 휴지다. 그리고 나는 집회장 앰프의 굉음을 못 견디기 때문에 귀마개도 언제나 준비해 가지고 간다(앰프 굉음을 계속 들으면 난청 생길 수 있다). 귀마개는 3M ...
06/12/2024

”사계절 필수 준비물은 물, 깔개, 보조배터리, 여행용 휴지다. 그리고 나는 집회장 앰프의 굉음을 못 견디기 때문에 귀마개도 언제나 준비해 가지고 간다(앰프 굉음을 계속 들으면 난청 생길 수 있다). 귀마개는 3M 주황색이 최고다.
시위, 집회는 야외 활동이라 최대한 편한 신발을 신고 날씨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 여름에는 쿨토시와 모자, 양산 등 햇빛 가리는 도구가 꼭 필요하고 땀 닦을 수건, 선크림, 냉동한 아이스팩도 있으면 좋다. 겨울에는 핫팩과 여러 가지 방한 장비가 필수다.“

오늘 서두에 인용한 글은 정보라 작가 『아무튼, 데모』의 첫 번째 문장입니다.
제가 입사한 3월 첫 주에 공교롭게도 『아무튼, 데모』의 데이터 마감이 있었어요. 표지 시안을 확정하고, 담당 편집자가 뒤표지에 들어갈 글을 고르는 단계였지요. 전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원고를 읽고, 부푼 가슴으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입사 첫 주를 보냈었어요.

*
5년 전쯤 저에게 첫 조카가 생긴 이후로 제 안의 화두는 ”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였어요.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 수도 없고, 온실 속 세상만 보여주려 가둬 놓을 수도 없을 테니까요. 때때로 지저분하고 잔혹한 이 세계에서, 중심을 잘 잡을 줄 아는 한 명의 시민으로 자라게 하려면 이모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었죠.
열흘쯤 전에는 저에게 둘째 조카가 생겼습니다. 기쁜 소식이죠! 작고 말랑하고 연약한 신생아 사진을 보면서 연말에 그 아이를 보러 갈 생각에 들떠 있었어요.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실내에서 귤도 까 먹고, 떼 쓰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기 냄새도 좀 맡고요.

그런데 이번 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 때문에 아주 무서워졌어요. 아마 조카를 보러 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엄, ’처단‘이라는 비상식적인 단어들로 인해 많은 분들이 잠도 못 이루고 뉴스를 보고, 또 직접 국회 앞에 나섰죠. 집회, 결사, 언론, 출판의 자유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치 행위까지 통제하려는 그 발상은 제가 사는 세상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도 저는 (다들 그러실 것처럼) 일에 완전히 집중할 수가 없고, 잠깐씩 짬이 날 때마다 뉴스 속보를 봅니다. 상황이 계속 급박하게 느껴집니다. 요즘처럼 뉴스를 열심히 챙겨본 적이 2016년 겨울 이후로 또 언제일까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저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제 다음 세대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는 못할지라도 ’살기 싫은 나라‘와 ’살 수 없는 나라‘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또 미래의 우리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시위에 나가보려 합니다.
오늘 올리려던 『짐승과 인간』 북펀딩 관련 게시글 대신 『아무튼, 데모』를 인용하는 글을 올리게 된 것도 그래서입니다.

여러분, 어떤 방식으로든 힘을 보태주세요. 물과 보조배터리와 핫팩을 챙겨서 편하고 따뜻한 복장으로 국회 앞에서 만나요.
그리고 다치지 않고 모두 집에 돌아갑시다.

*
”머리가 어지럽거나 눈이 침침해지거나 말이 잘 안 나오는 경우, 손발에 감각이 없는 경우 즉시 냉난방이 되는 실내에 들어가 쉬어야 한다. 집회보다도, 그 어떤 의제보다도 생명과 안전이 언제나 최우선이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편집 후기.⠀❝나는 작은 키에 마른 몸, 투 블록과 상고머리를 오가는 커트 머리, 25호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톤 업이 되는 피부와 짙은 쌍꺼풀을 가졌다.❞⠀이 책을 만들면서 주의를 기울...
04/12/2024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편집 후기.

❝나는 작은 키에 마른 몸, 투 블록과 상고머리를 오가는 커트 머리, 25호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톤 업이 되는 피부와 짙은 쌍꺼풀을 가졌다.❞

이 책을 만들면서 주의를 기울인 것 중 하나는 단어의 선택이었어요. 어떤 단어는 그 단어에게 주어진 의미를 잃고 다른 의미를 얻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그렇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다문화’가 왜 문제적인 단어인지 알지 못했어요. 다문화는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뜻하는 말이지 않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나 님의 글을 읽으면서 한국에서 ‘다문화’라는 단어가 원래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단 걸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아시아 출신의 이주여성과 한국 남성이 이룬 가정만을 ‘다문화’라고 일컬어왔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다문화’ 대신 국제 통용어인 ‘이주배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의미에 다시 이름 붙이기. 그게 이 책 편집의 시작이었어요.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다른 점선면 시리즈 책들과 다르게 편집자의 주석이 있습니다. 예나 님이 자기 자신과 엄마를 충실히 쓰는 데 공을 들이셨다면, 저는 예나 님의 책이 개인에서 시작하더라도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읽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통계와 논문과 책을 참고해 주석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고민스러웠어요. 주석들이 예나 님의 고유한 이야기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불필요하고 시시콜콜한 개입은 아닐까, 하고요. 그 판단은 이제 독자님들의 몫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
이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막연히 초록색 책을 상상했어요. 아마 ‘청년’이라는 단어가 가진 어떤 푸릇한 느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검고 붉은 모습으로 제 앞에 있네요. 날아오르는 혜성을 닮은 이 책이 저마다의 타지에 널리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출간 문의가 쇄도했던 메리 미즐리의 『짐승과 인간』 북펀딩을 시작합니다!⠀🖋메리 미즐리는 국내에는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지만, 윤리학, 생물학, 인간 본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실천적 행동으로 주목받은 영국의 중요...
02/12/2024

출간 문의가 쇄도했던 메리 미즐리의 『짐승과 인간』 북펀딩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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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미즐리는 국내에는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지만, 윤리학, 생물학, 인간 본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실천적 행동으로 주목받은 영국의 중요한 철학자입니다. 1950년대 후반 필리파 풋, 아이리스 머독, 엘리자베스 앤스컴, 메리 워녹과 함께 옥스퍼드의 여성 철학자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논리적 실증주의로 대표되는 남성 중심적 철학계에 진보적이며 비판적인,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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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철학자 메리 미즐리의 첫 저서이자 대표작인 『짐승과 인간』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탐구한 기념비적인 역작으로 철학, 윤리, 심지어 과학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그의 주요 주제와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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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과 인간』 출간 이후 ‘유전자 저글링(gene juggling)’이라고 하는 리처드 도킨스와 논쟁은 매우 유명한데, 유전자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진화론, 인간 본성, 인간 행동에 대해 신랄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떠오르는 신성 도킨스와 첫 저서로 남성 철학자 일변의 철학계를 뒤짚어 엎어버린 미즐리. 시대의 큰 조류가 도킨스를 밀고 있었지만 메리 미즐리가 호락호락 물러설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미즐리는 인간이 유전자의 조종을 받는 유기체가 아닐뿐더러, 행동의 동기에 있어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알 수 없는 것에 둘러싸인 것이 인간의 운명이고, 그 운명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인간적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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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도킨스의 유전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백인은 흑인보다, 남자는 여자보다,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은 여전히 공고합니다. 그리고 그 부끄러운 믿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누군가는 유전자를 슬쩍 들먹입니다.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유전자 때문에 그런 거야.’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 되는 시대, 그렇게 쉬운 진실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득, 초겨울 저녁 기러기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가르며 날아갈 때… ‘진짜 세계’에 대한 목마름을 느껴본 적이 있지 않은가요? 그 진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짐승과 인간』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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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펀드 한정으로 ‘어느한장면()’과 함께 핸드메이드 레터 프레스 책갈피를 만들었습니다.
펀딩은 오늘부터 12월 20일까지 진행되니 어서 확인해보세요!

#위고 #메리미즐리 #짐승과인간 #인간본성의근원에대하여 #도덕철학 #벽돌책 #알라딘북펀드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이주배경청년의 일, 배움, 성장에 관하여』가 출간되었습니다.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청년의 회고록입니다. 한 사람의 자기 서사에서 시작해 가족, 친구, 이주민으로 줄기를...
25/11/2024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이주배경청년의 일, 배움, 성장에 관하여』가 출간되었습니다.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청년의 회고록입니다. 한 사람의 자기 서사에서 시작해 가족, 친구, 이주민으로 줄기를 뻗어가는 이 책은 개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문화국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사회에 물음을 던집니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있는데도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작은 키에 마른 몸, 투 블록과 상고머리를 오가는 커트 머리, 25호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톤 업이 되는 피부와 짙은 쌍꺼풀을 가졌다.❞

1990년대에 시작한 정부의 국제결혼 지원사업은 미혼 남성에게 국제결혼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했고, 통일교회의 주선으로 수많은 외국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습니다. 신붓감을 찾아 해외까지 진출한 농촌의 남성들, 일면식도 없는 외국인을 따라 낯선 타국으로 건너온 이주여성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그리고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요. 2001년생인 저자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를 썼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이주배경’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아시아 출신의 이주민 여성이 이룬 가족만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불렀지요. ‘다문화’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지만, 특정 소수자 집단을 일컫는 데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종국에는 문화적 다름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임이 변했습니다. 저자는 차별을 내포하게 된 단어 ‘다문화’를 대신해 국제 통용어인 ‘이주배경청년’으로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다문화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 멸칭으로 쓰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주민과 한국인이 결혼할 때만 다양한 문화가 섞인다고 규정하는 것이 그릇되었기 때문이다. 세대와 성별에 따라 문화가 다르고, 한국 안에서도 지역별로 문화가 다르다. 나에게는 할머니와 손주가 같이 사는 가정이, 경상도 출신 여자와 전라도 출신 남자가 같이 사는 가정이,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만나 이룬 모든 가정이 다문화가정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한 사람에게 다 벌어졌을까? 그런데도 왠지 남 일 같지 않다.’처음 원고를 읽고 했던 생각이고, 편집 중인 책에 대해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마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책을 만들면서는 내가 오해했던...
08/10/2024

‘어떻게 이런 일들이 한 사람에게 다 벌어졌을까?
그런데도 왠지 남 일 같지 않다.’

처음 원고를 읽고 했던 생각이고, 편집 중인 책에 대해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마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책을 만들면서는 내가 오해했던 친구들의 이름과 때로는 오해받았던 나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다가가겠구나 직감했어요.


편집 전 원고를 만났을 땐, 이 안에 적힌 크고 작은 괴로움들이 한 줄 한 줄 묶이고 뒤엉켜서 검고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건들 사이에 딱히 개연성도 이유도 없었고, 이 모든 일이 그저 ‘운 나쁘게’ 어떤 한 사람에게 벌어진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사실, 접근도 연애도 스킨십도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여자애라면 이런 불운을 조금씩은 다 겪지 않나요?
심지어는 디자이너 미팅 때에도 “맞아 맞아, 이런 일이 진짜 일어난다”는 이야기로 경험담을 나누며 내내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나요.

이 책에 언급된 굵직한 사건들(성폭력이나 여자에게 유독 쉽게 낙인 찍는 문제 들)을 우리는 명확하게 사회적인 것으로 인식하지만, 옆에 따라붙는 비교적 작은 사건들(학교 선배에게 찍히는 일이나 캣콜링을 당하는 등)은 같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고 인지되지 못하고 개인적인 에피소드 취급을 받으며 흐지부지 잊혀집니다.
실재하는 폭력이고 누군가에게는 죽을 만큼 괴로울 일들인데도 무척 작은 일로 취급되고요.

하지만 이 사건들이 모두 같은 맥락 안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요? ‘말 잘 듣는 여자친구가 되어줄 것을 요구당하는 평범하지만 예쁜 여자애’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이상적인 모습이 되기를 강요당하는 모든 사람들’에까지 닿아 있는, 끊임없이 대상화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모두의 이야기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자신의 모든 구석을 훤히 내보여줄 수 있는 곽예인 작가의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든 ‘◯◯’였던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이 책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남몰래 좋아했습니다.
단순히 연애 이야기를 즐기는 차원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불운에 휘말려온 작가가 자기의 불운을 인식하고 나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는 구석이 ‘각종’ 사랑이었다는 점이 좋았거든요.

진부할지도 모르겠지만, 불운에 맞설 힘이 그 자신 안에 있었다는 점이 무척 좋게 다가왔습니다.
원고를 처음 읽고 나서 써 둔 메모에도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발견해 옮겨봅니다.

“불운에서 빠져나간 명확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사실 외롭고 대상화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 그런 사람에게 도피처 같았을 사랑들이 모종의 계기로 떠나감에도, 그게 자기에게 상처를 줘도 계속 사랑하려고 하는 지점들. 그게 이 사람이 본능적으로 찾아나가는 자신만의 돌파구 같다. 말 그대로 불운, 평범한 여자애가 대상화될 때 생겼을 내면의 상처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그럼에도 계속 사랑을 시도하는(그렇게 이 불운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면 좋겠음..”

제가 발견한 곽예인 작가의 단단한 측면은 사랑하는 힘에서 왔을 테지만
그런 단단함 덕에 꼭 사랑이 아니어도, 사랑에서조차 좌절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해줄 수 있었을 거예요.
‘거기 없’어도, 상처 입어도, 계속 슬픈 일이 벌어져도 우리 (여자들의) 삶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계속되니까요.


이번 주 금요일 저녁, 혜화의 인문사회서점 ‘풀무질’에서 으로 함께한 한유리 작가와 함께 곽예인 작가가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티켓 구매는 풀무질() 누리집에서 가능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나는거기없음 #곽예인 #편집후기 #위고 #풀무질 #북토크 #작가북토크

곽예인 작가는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의원, 엄살원’의 공저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는 여인이 한쪽에서 조용히 맡은 일을 하고 있다, 가 곽예인 작가에 대한 첫 느낌이었어요. 시간이 꽤 흘러 『엄살...
23/09/2024

곽예인 작가는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의원, 엄살원’의 공저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는 여인이 한쪽에서 조용히 맡은 일을 하고 있다, 가 곽예인 작가에 대한 첫 느낌이었어요.
시간이 꽤 흘러 『엄살원』의 출간 기념 자리에서 위고 편집자들은 예인 님이 지금 무슨 글인가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어떤 내용의 글인지 물어보는 일도 없이 그 글 다 쓰시거든 우리에게 볼 기회를 주시겠냐고 요청했어요. 예인 님이 일다 저널에 기고한 원고를 읽은 뒤라 무조건 관심이 갔습니다. 아이돌이 되기를 지망했다가 섭식 장애를 앓게 된 자신의 이야기였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그 원고를 읽고 ‘그 수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은 지금 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거든요.

우리의 요청에 예인 님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네네” 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위고 메일함에 정말로 예인 님의 원고가 들어왔습니다. 이분 화끈하시다, 속으로 생각했어요.

『나는 거기 없음』의 첫 장 제목은 ‘학교에는 새로운 예쁜 여자애가 생겨난다’입니다. 바로 그 ‘예쁜 여자애’였던 중학생 예인 님의 어떤 순간이 인터넷 소설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고 있었어요. 건조하면서도 생생한 묘사에 푹 빠져들어 읽게 됨과 동시에 슬몃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이 원고, 학창시절 예쁜 애로 지냈던 여자의 고충을 회고하는… 공주는 외로워… 혹은 미녀박명… 뭐 그런 이야기로 흐르면 어쩌지…?

원고는 뒤로 갈수록 초기의 희미한 불안을 깨끗이 잠재우고 점점 더 성찰적이고 대담해졌습니다. 단순히 ’에뻤던 그녀’의 개인사가 아니라 예뻐서든, 발표를 잘해서든, 유난히 활달해서든, 하여간 어떤 이유에서든 툭하면 찍히고 지목당하면서 성인기에 접어들어야 했던 수많은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었어요. 이 원고는 한국사회에서 성장기와 성년 초기를 보낸 많은 여성들이 일정 정도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거대한 ‘불운의 연대기’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편집을 담당한 김아영 편집자는 이 책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
『나는 거기 없음』은 곽예인이라는 한 사람에게 벌어졌던 불운의 연대기이지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었던 수많은 ‘○○’들의 불운을 변주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 적힌 불운을 읽는 동안 ‘○○’에 들어갈 누군가의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거기 없음』은 그런 이름들을 소환해냄으로써,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교묘한 폭력의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낸다.
—

학창시절 소문의 중심에 섰다가, 아이돌 지망생으로 살다가, 예쁜데 한번쯤 접근해볼까 하는 남자들한테 시달리다가, 실은 여자를 좋아하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잘난’ 여자들과 ‘이상한’ 여자들을 모두 ‘바라볼’ 수 있게 된, 너무나 납득이 가는 이 흐름이 저자가 실제로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이라는 것이 조금 뭉클하기도 합니다.
옆자리에서 이 원고가 책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내게도 분명히 있었는데 잊어버렸(다고 믿었)던 ‘나는 거기 없음’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이제 와 굳이 그런 기억의 유물들을 발굴해야 하는가, 모른 척하고도 싶었지만 이 원고를 깊이 읽은 뒤라선지 하나씩 떠올려 다시 개켜놓을 용기가 생겨 있었습니다. 글이 보여주는 대범한 용기는 이렇게 누군가의 용기에 풀무가 되어주는 것이겠어요.

#곽예인 #나는거기없음 #점선면시리즈

아무튼 시리즈 일흔 번째 책, 다드래기 만화가의 『아무튼, 사투리』가 출간되었습니다.다드래기 작가님은 남다른 언어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 진가는 영어나 일본어, 프랑스어 같은 외국의 말보다는 서울말, 부산말, 대구말...
19/09/2024

아무튼 시리즈 일흔 번째 책, 다드래기 만화가의 『아무튼, 사투리』가 출간되었습니다.

다드래기 작가님은 남다른 언어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 진가는 영어나 일본어, 프랑스어 같은 외국의 말보다는 서울말, 부산말, 대구말, 제주말 등 외지의 말을 쓸 때 드러나지요(하물며 그의 만화에는 개성 방언을 구사하는 인물도 나옵니다). 마치 정말 그곳에 적을 두고 온 것처럼 각지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 언어의 다양한 변주에, 말소리를 문자로 생생히 재현하는 솜씨에 감탄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기어코 묻고 싶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고향이 어디세요?  
 
『아무튼, 사투리』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순천을 거쳐 광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다드래기 작가의 첫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은 사람들이 무심코 뱉는 한마디에서 시작했습니다. 찰나의 표정과 새어나오는 웃음이 진심을 투명하게 드러내듯,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말은 그 사람의 숨겨진 면모를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새로운 터전에 발 붙이려고 사투리를 열심히 고치던 자매가, 유독 된소리를 잘 내지 못해 살살한 목소리로 말하던 생전의 엄마가, 난생처음 성을 뺀 온전한 이름으로 불릴 때 가슴 설레던 어린아이가 있습니다. 사투리 말씨를 숨기지 못해 신음하던 콜센터 막내 직원 K는 굳은 의지로 업무에 적응해 근속했고, 경기도에서 교편을 잡은 작가의 언니는 어느새 깔끔한 윗동네 말투를 쓰지요. 이제는 사라진 말들과 더는 그때 같지 않은 사람들, 『아무튼, 사투리』가 읽는 이를 자꾸만 애틋하게 만드는 것은 다시 경험하지 못할 유년의 기억을 건드려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말이 그렇게 촌스럽냐고 울먹이던 아이는 팔도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서울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가 가진 재미있는 것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던 작가는, 오늘도 사람들이 어울리며 재미있는 말이 새로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화제가 어디 있을까요?
 
❝지독한 업무평가를 거치며 억지로 입에 붙인 표준어가 모든 고객의 귀에 잘 들릴 것이라는 생각은 상담사도 하지 않는다. 그 말은 규칙과 원칙일 뿐, 실력은 언제나 응용문제에서 빛을 발한다. 일단 상대의 말이 짜증의 신호인지 사투리를 소환하는 마법의 주문인지를 제대로 캐치했다면, 무르익은 실력을 발휘할 차례다. “고객님, 청구서 오른쪽 끄터리에 네모 칸 보이시죠이. 거기 제일 밑에 요금 만이천삼백 원 있습니다, 안 긍가요?” 한 소리 들을지언정 이 한마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나도 말하기 쉽고 상대도 단박에 알아듣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위고  #아무튼  #다드래기  #아무튼사투리 #사투리

연휴를 앞두고 제작을 마친 『아무튼, 사투리』가 본사에 입고되었습니다. 🫧⠀디자이너님께 표지 시안을 받은 날 편집부는 종일 시간차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런 디자인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만화의 말풍선을 ...
13/09/2024

연휴를 앞두고 제작을 마친 『아무튼, 사투리』가 본사에 입고되었습니다. 🫧

디자이너님께 표지 시안을 받은 날 편집부는 종일 시간차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런 디자인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만화의 말풍선을 말(🐎)풍선으로 풀어낸 표지라니요, 이 재치 넘치는 책을 얼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책은 연휴가 지나고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가진 자기만의 모든 말을 좋아한다❞
나는 서울로 떠나지 않고 전국 각지에 남아 있는 우리가 가진 재미있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 그걸 내가 어릴 때부터 써온 말과 어른이 되어 새로 배운 말을 동원해 생생하게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결국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_『아무튼, 사투리』에서

#위고 #아무튼 #다드래기 #아무튼사투리

“다음 잠수에서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9월 5일 목요일, 서점 이후북스에서 하미나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아무튼, 잠수』로 처음 가지는 북토크여서인지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작가님과 만나는 자리를 기다리셨...
10/09/2024

“다음 잠수에서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9월 5일 목요일, 서점 이후북스에서 하미나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아무튼, 잠수』로 처음 가지는 북토크여서인지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작가님과 만나는 자리를 기다리셨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해변의 파도 소리와 함께 하미나 작가의 긴 낭독으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다 함께 프리다이빙의 준비호흡을 연습했어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기를 몇 차례, 모두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화제는 작가와 독자들이 올해 여름에 모은 ‘순간들’로 나아갔습니다. 하미나 작가가 일기장에 수집해온 순간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갈 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독자들의 뒷모습이 보였어요. 가장 최악의 시절에도 매 순간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믿음이 모두의 믿음으로 스미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와이에서 알로하 정신을 가진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점차 얼어붙은 마음은 녹고 몸은 부드러워졌다. 하와이의 창조신인 펠레 여신이 나를 오아후섬이라는 요람에 누인 뒤 두둥실 안아주며 그간 고생 많았다며 얼러주는 것 같았다. 나는 기꺼이 아기가 되어 칭얼댔다. 어느 날 한국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을 온라인으로 마친 새벽 두 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춤을 췄다.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내 몸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바깥엔 달과 별이 밝게 빛났다. 누구의 삶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위고 #아무튼잠수 #하미나작가 #하미나 #북토크후기 #북토크 #이후북스 #망원

09/09/2024
◌점선면 시리즈 다섯 번째 책, 곽예인 작가의 『나는 거기 없음』이 출간되었습니다.◌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서 장기자랑을 할 때 매번 가장 예쁜 ‘센터’를 차지하고, 쉬는 시간엔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바쁘고, 반에서 ...
09/09/2024


점선면 시리즈 다섯 번째 책, 곽예인 작가의 『나는 거기 없음』이 출간되었습니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서 장기자랑을 할 때 매번 가장 예쁜 ‘센터’를 차지하고, 쉬는 시간엔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바쁘고, 반에서 절반은 되는 남자애들에게 고백을 받는, 별명은 ‘연예인’인 여자애.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2학년 오빠에게 ‘찍히는’ 바람에 언니들에게 손찌검을 당하고, “내게 반한 건 그 애들의 짝남인데” 엉뚱하게도 항상 얻어맞았던 그 애. “평범한 주제에 인기가 있는 건 말이 안 되”지만 평범해서 더 특별했던 한 여자애.
2000년대 인터넷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나는 거기 없음』의 저자 곽예인은 이 일들을 모두 실제로 겪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학창 시절 ‘그렇게까지 미인이 아니라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애, 한번쯤 헤집어볼 만한, 이겨볼 만한 여자애였다고 회상합니다. ‘팔리는 재능’을 살려 아이돌이 되고자 연예 기획사에 들어갔다가, 혹독한 다이어트와 몸무게 강박으로 인해 섭식장애를 얻은 뒤 데뷔를 포기하고, 이후로는 페북스타와 유튜브 리포터를 거쳐 소규모 인플루언서, 인체모델로 활동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곽예인이라는 한 개인에게 벌어졌던 불운의 연대기이지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었던 수많은 ‘○○’들의 불운을 변주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 적힌 불운을 읽는 동안 ‘○○’에 들어갈 누군가의 이름도 쉽게 떠오릅니다. 『나는 거기 없음』은 그런 이름들을 소환해냄으로써,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교묘한 폭력의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내는 책입니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 전교생이 나를 보러 몰려오거나, 한 반의 절반은 되는 남자애들에게 고백을 받거나,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좋아하는 애에게 왕따를 당하고 맞기도 하는 일들… 이런 일들이 매번 벌어졌던 이유는 명확하다. 내가 ‘팔리는’ 여자애라서다. 아니, ‘애매하게 팔리는’ 여자애라서, 탁월하게 아름답거나 탁월하게 섹시하거나 탁월하게 잘난 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잘 팔리는 그런 애이기 때문에.❞

[ #곧출간됩니다] 기억에 남는 계절이 있으신가요?점선면 시리즈 다섯 번째 책, 『나는 거기 없음_◯◯의 불운의 연대기』가 독자분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이 책은 새학기의 설렘과 불안이 함께 감도는 3월의...
06/09/2024

[ #곧출간됩니다] 기억에 남는 계절이 있으신가요?

점선면 시리즈 다섯 번째 책, 『나는 거기 없음_◯◯의 불운의 연대기』가 독자분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새학기의 설렘과 불안이 함께 감도는 3월의 순간에서 시작해 늦은 가을의 바닷가 장면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동남아시아의 습하고 더운 여름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진 장면들이,
차가운 칼바람이 누군가를 매섭게 후려치던 겨울의 장면들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뜨거운 여름 바닷가의 장면들이에요.
발을 디딘 곳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이 위태롭던 나날들의 모습과 다채로운 불운의 모습들을 들여다보면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그 유명한 첫문장이 떠오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제각각의 불행들을 하나로 묶어서 설명할 수도, 어떤 한 부분만 잘라 설명할 수도 없었어요.
한 여자에게 일어날 법한 전형적인(…) 불행이긴 하지만 그 불행의 연속에는 딱히 개연성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불행이 왜 벌어져야만 했을까요? 왜 이런 일을 모두 겪어야만 하는 사람이 생길까요?

이 책은 그저 어린 시절에 ‘짓궂은’ 괴롭힘을 몇 번 당한 여자애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대상화되고 부당한 폭력에 노출되어 온 여자들,
다른 사람이 강요한 모습을 늘 뒤집어써야 해서 스스로로 존재할 수 없었던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에 들어갈 누군가의 이름이 바로 떠오른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빈칸에 자신의 이름을 넣게 되는 분들께는, 이 이야기가 어떤 위로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56번 위고] 군산북페어 2024에서 만나요!—이번 주말 동안 열리는 군산북페어에 위고 부스가 있다는 것, 혹시 알고 계셨나요?전북 군산에서 첫 번째 북페어가 열린다는 소식에 위고에서도 최장신 인원만을 선...
29/08/2024

⛵️ [ #56번 위고] 군산북페어 2024에서 만나요!



이번 주말 동안 열리는 군산북페어에 위고 부스가 있다는 것, 혹시 알고 계셨나요?
전북 군산에서 첫 번째 북페어가 열린다는 소식에 위고에서도 최장신 인원만을 선발하여(!)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두 달 치 출장…!!)

지난 6월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깜짝 이벤트로 선보였던 귀여운 어나더커버와
포스터, 모든 도서 10퍼센트 할인 혜택까지 그대로 가지고 군산으로 떠납니다.

이번 주말, 군산회관 “56번 위고 부스”를 찾아와 인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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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8/2024

⛵️ [ #56번 위고] 군산북페어 2024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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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8/2024

⛵️ [ #56번 위고] 군산북페어 2024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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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선면 시리즈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 | 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 엄살원 | 조금 불편해도 나랑 노니까 좋지

◌ 단행본
고독의 매뉴얼 | 나는 왜 이 사랑을 하는가 |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 발견의 여행 | 시크THICK | 여성과 광기 | 피아노로 돌아가다 | 폭력에 반대합니다 | 삶의 발명 | 앞으로 올 사랑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날씨와 얼굴 | 활활발발

◌ 위고의 그림책
여름의 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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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 내 말이 그렇게 촌씨롸?🥺⠀부산에서 나고 자란 저는 상경 후 다른 지역의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사투리를 쓴다는 자각을 하지 못했어요. 부산에서는 다들 당연히 부산 말을 하니까, 제 말투와 억양에 대해 깊...
27/08/2024

이상하네.. 내 말이 그렇게 촌씨롸?🥺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저는 상경 후 다른 지역의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사투리를 쓴다는 자각을 하지 못했어요. 부산에서는 다들 당연히 부산 말을 하니까, 제 말투와 억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통성명을 마치기도 전에 “너는 고향이 어디야?” 질문을 듣는 게 왜인지 부끄러워서 사투리를 감추려고 해봤지만 대개 실패했지요.

일흔 번째 아무튼 시리즈로 『아무튼, 사투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만화가 다드래기 님은 숨겨둔 사투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을 가리켜 ‘봉인 해제’라고 해요. 원고를 편집하는 저도 오랜만에 무장해제가 되어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이곳저곳의 사투리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니. 이렇게나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말이라니. 내내 신기해하면서요.

시간이 흘러 이제 저는 표준어라기에는 어쩐지 구수한 혼종 서울말을 쓰고 있어요. 경상도에서 유년을 보내고 전라도에 정착한 다드래기 작가님 역시 영호남을 관통하는 ‘화개 장터 말투’를 구사합니다. 말은 매일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이어서 평소에는 의식도 잘 못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저는 제 말투를 함께 만들어준 사람들을 떠올렸어요. 우리가 서로의 말투를 흉내 내며 놀리고 웃었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여기 남았구나 하면서요. 한 사람이 가진 말의 기원을 좇는 일은 그 사람의 가장 물렀던 시기를 기억하려는 일과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찡해졌지만요, 무엇보다 이 책은 아주 유쾌합니다. 그간 다드래기 작가님의 만화를 좋아해온 분들, ‘블루베리 스무디’에 영원히 고통받고 또 고통을 준 분들에게 푸짐하고 맛있는 한가위 선물이 될 테니 쪼매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 나를 지배할지 모를 일이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생활권이 섞이는 곳에서 처음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나의 언어생활도 독립적으로 무르익었다. 전라도에서 부산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마법의 노포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DNA 깊숙이 잠자고 있던 부산 사투리가 폭발하여 따발총 같은 속도의 어휘로 쏟아져 나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부산 친구들의 표정이 ‘오잉?’ 하는 경우가 있다. “옴마야, 내 윽스로 오랜만에 와가꼬 느무 변해가 부산 하나또 몬 알아보겠데이! 진짜 많이 변했다, 안 그냐?”_『아무튼, 사투리』에서

📮『아무튼, 사투리』는 곧, 9월에 만나보실 수 있어요.
#지금편집하고있습니다 #위고 #아무튼 #다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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